포항이 전북을 잡고 올 시즌 FA컵 정상에 올랐다. 2년 연속 대회 제패와 함께 내년 AFC 챔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황선홍 감독(앞줄 왼쪽)과 이명주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전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포항, FA컵 우승 뒷이야기
퇴장 당한 황선홍감독, 코치진에 원격지시
FA컵 승부차기 대비 선수들 매번 미리 연습
신화용 “5개 다 막겠다” 자신감 우승으로
“연장을 생각했고, 승부차기도 준비했다.”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앞둔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5)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포항이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홈 팀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로 꺾고 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연장까지 스코어는 1-1이었고, 포항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우승 상금 2억 원. 포항 골키퍼 신화용(30)은 전북 1, 2번 키커 레오나르도-케빈의 슛을 막아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상금 300만 원).
반면 슛 횟수 19대5로 몰아치고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전북은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할 처지다. 전북은 2011년 알 사드(카타르)와 AFC챔스리그 안방 결승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패한 전례가 있어 아픔은 배가 됐다.
● 명장 반열에 오른 황선홍 감독
황 감독에게 FA컵은 특별했다. 3번째 우승 도전이었다. 그동안 한 번 울었고, 한 번은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웃었다. 2010년 부산 아이파크를 결승에 올렸지만 안방에서 수원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작년 포항을 이끌고 홈에서 경남FC를 눌렀다. 연장 종료 1분 전 박성호의 프리킥 결승골이 터졌다. 올해도 우승을 예감했다. 전반 24분 김승대의 첫 골이 터졌다. 9분 뒤 전북 김기희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최근 이어져온 결승전 ‘한 골 승부’ 흐름이 계속될 뻔 했다.
3년 전에는 패배로 마음이 아파서, 작년은 첫 우승의 감격으로 운 황 감독이다. 그러나 올해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대신 환히 웃었다. 그는 “처음 우승 때 힘겹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라 그런지 작년보다 낫다”고 했다.
황 감독에게는 직감이 있었다. 승부차기였다. 포항은 FA컵 승부를 앞둘 때마다 페널티킥(PK) 연습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이 PK를 차도록 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할 때는 킥 연습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정규 시간 내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유일하게 킥 연습을 한 황지수는 정작 후반 42분 교체돼 찰 수 없었다. 황 감독은 “작년 우승한 뒤부터 팀이 좋아졌다. 올해도 좋은 발판을 마련했다”며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 승부차기 느낌 알던 신화용
“심장 떨린다.” “다리가 덜덜 거려….”
연장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포항 벤치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였다. 준비는 철저했어도 ‘11m 룰렛’의 잔인한 게임을 앞두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이 때 골키퍼 신화용이 한 마디 던졌다. “5개 다 막겠다”며 당당히 필드로 나갔다. 코치들도 지시를 따로 내리지 않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반사 신경을 믿었다.
“딱 절반만 상대 분석을 했다. 나머지는 내 느낌에 맡겼다”는 신화용의 코멘트 속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신화용은 성남 일화와 대회 16강에서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상대 킥 3개를 막아 4-2 승리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