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패션 브랜드와 제조·유통 일괄 의류회사(SPA), 아웃도어 의류의 공세 속에 토종 패션업체들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본보가 패션 전문 컨설팅업체 엠피아이(MPI)로부터 입수한 국내 주요 패션기업 50곳의 최근 3년간(2010∼2012년)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패션 대기업’이라 불리는 제일모직과 LG패션의 연평균 매출액 신장률은 각각 14%와 12%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엘지패션의 실적은 일견 높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해외 브랜드(직진출 또는 국내 기업 라이선스 판매) 매출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LG패션의 경우 올해 2분기(4∼6월) 매출액이 34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2억 원으로 17.4% 줄었다. 반면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3년간 연평균 매출액 신장률은 49%나 된다.
중견 패션기업 세정의 최영욱 영업본부장은 “중국의 대안으로 택한 동남아 지역의 인건비가 높아지고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SPA 브랜드와 아웃도어 의류를 선호하는 고객 취향의 변화로 기존의 여성복 남성복 시장을 뺏기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한 조직개편과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서기고 있다. 이랜드와 뱅뱅어패럴은 SPA 브랜드 체제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사업 형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세정그룹과 패션그룹형지는 최근 패션사업을 토대로 의류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한편 한 백화점의 여성패션 부문 상품기획자(MD)는 “국내 제품은 소재나 바느질 마감 등이 훌륭하기 때문에 유능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일부 브랜드의 ‘고가전략’을 포기하면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염희진·류원식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