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뇌부-수사팀 또 충돌
서울중앙지검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의 팀장이 상부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검찰 지휘부가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시켰다. 그러나 팀장이 업무 배제 명령을 받은 상황에서도 수사팀은 이튿날 또다시 보고 없이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항명 파동은 검찰 조직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올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17일 오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에 특정 정당을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글을 쓰고 퍼 나른 혐의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3명을 체포해 15∼16시간 조사했다. 국정원 측은 “국정원 직원법 23조에 따른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수사팀은 이들을 밤늦게 귀가 조치했다. 특별수사팀은 16일 법원에서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주거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같은 날 압수수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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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별수사팀은 18일에도 공식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 50분경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공판이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새로 포함된 공소 사실에는 트위터에 5만5689번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옹호하는 글을 쓴 혐의가 포함됐다.
이에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서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특별수사팀은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검찰보고 사무규칙 등을 위반했다”며 “진상 파악 후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차장검사급 이상의 지휘 또는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휘부의 판단이다.
특별수사팀은 올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거나 퍼 나른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해왔고, 최근 이 같은 글이 올려진 계정을 국정원 직원들이 개설한 사실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와 공안 검사들을 중심으로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친 특수통으로 현재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 올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막바지 국면에 “원 전 원장을 구속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과 “공직선거법 적용은 무리”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및 공안통 검사들의 의견이 충돌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졌을 때 한 언론은 “윤 팀장이 인터뷰에서 ‘황 장관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윤 팀장은 보도 직후 그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결국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수사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당시 채 총장이 인선했다. 윤 팀장은 18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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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