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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교화소에서 죽어가는 85세 국군포로 데려오라

입력 | 2013-10-18 03:00:00


중국으로 탈출했다 공안(公安)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정모 씨(85)가 북한 교화소에서 3년째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4년 전 체포 당시에도 얼굴 한쪽이 마비돼 있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고령과 혹독한 수감생활로 인해 영영 귀향(歸鄕)의 한을 풀지 못할 수 있다. 6·25전쟁 때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선(戰線)으로 달려갔다가 60년이 넘도록 고초를 겪고 있는 국군포로를 국가가 모른 체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노병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 씨는 아오지탄광에서 노역을 하다 2009년 8월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공안에 붙잡혔다. 중국은 6개월간 정 씨를 억류하다 북한으로 보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중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막았어야 했다. 국민 보호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다.

늙고 병든 노인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레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송환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정 씨의 석방을 요구할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정부가 1993년 이인모 씨 송환을 시작으로 2000년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한 사실을 북한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달 초 국군포로 손동식 씨의 유해가 60년 만에 국내로 봉환됐다. 손 씨는 “유해라도 고향땅에 묻어 달라”는 애통한 유언을 남겼다. 손 씨의 딸은 유해를 중국으로 숨겨 나온 뒤 사단법인 물망초의 도움을 받아 국내로 모셔왔다. 정 씨의 수감 사실도 함께 복역하던 지인이 남한의 대북소식통에게 알려 확인됐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일을 민간에만 맡기려는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탈북 국군포로들을 초청해 “국가가 너무 소홀했고, 대한민국이 비겁했다”며 사과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프라이카우프를 비롯한 여러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라이카우프는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포로를 데려오는 방안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도했고 야당까지 지지하고 있다. 국군포로만큼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반드시 모셔 와야 한다. 그게 국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