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9월 27일 오전 3시 반 서울 동대문경찰서 형사3팀 대기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무집행방해 피의자 1명이 수갑이 풀린 채로 술기운에 취해 누워 있었다.
그러나 피의자를 감시하는 경찰은 없었다. 팀장과 팀원 1명은 숙직실에서, 다른 팀원 3명은 사무실 의자에 기대 곤히 자고 있었다. 한 명은 형광등 빛이 거슬렸는지 웃옷까지 뒤집어썼다. 피의자가 깨어나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상황. 바로 그때 서울지방경찰청 암행감찰팀이 들이닥쳐 피의자가 도망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대문경찰서장은 팀장과 팀원을 교체하는 인사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여기까지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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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과장은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쓴소리를 하는 경찰로 유명하다. 6월에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거듭나야 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번 일로 황 과장은 강남경찰서에서 성동경찰서로 문책성 전보 발령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파장이 클지 몰랐다”고 반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사건건 페이스북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던 그가 이런 파장을 모를 리 없다.
SNS 변주의 릴레이에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가세했다. 그는 경찰대 후배인 황 과장의 전보 소식을 듣고 12일 페이스북에 “참 경찰, 멋진 형사”라고 썼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등 황 과장을 두둔하는 글이 이어진다. 그의 앞뒤 가리지 않은 돌출 발언은 ‘내부 비판’이라는 걸맞지 않은 단어로 포장돼 언급된다. 거짓과 진실이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건전한 내부 비판은 아무리 뼈아프더라도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그러나 황 과장의 페이스북 글은 비판적 사유는커녕 비판의 근거조차 없는 조롱일 뿐이었다. 그와 경찰대를 같이 다녔다는 한 경찰 간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괴담에 대처해야 할 경찰 간부가 괴담의 유포자가 된 것 아닙니까. 창피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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