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의 저자 영국 크랜필드대 케이스 거핀 교수가 올해 1월 한국기술교육대를 찾아 PSM 과정 학생들과 함께 실험을 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현장 연구자들은 연구 현장이나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 없이 근시안적으로 예산이 책정되고 정책이 집행된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또 정책 입안자들이 최근 과학기술 동향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연구자만큼 과학기술을 잘 아는 R&D 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학기술계가 직접 대안을 제시했다. 조 씨처럼 의학·과학·공학 전공자에게 직접 경영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충북대와 한국기술교육대, 홍익대 등 3개 대학이 올해 처음 개설한 PSM 과정은 MBA 과정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기초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전문 인력’ 배출을 내세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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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에 가치를 두는 ‘눈’을 기른다
요즘 과학기술계의 화두도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창조경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연구 성과의 사업화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 이공계 인력은 기술사업화나 자금 운영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업화를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가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인력이 많지 않다는 것. PSM 과정은 기술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안목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 나갈 첨병 육성이 최종 목표다.
한국기술교육대 김병근 교수는 “PSM 과정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기술 개발 단계에서 어떤 기술이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는 전문성 함양”이라며 “순수 이공계 인력이 습득하기 어려운 능력을 현실적이고 공격적으로 배양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간 관리직으로 일을 하다 한국기술교육대 PSM 과정에 올해 입학한 석명섭 씨(32)는 정보기술(IT) 융합 분야의 과학기술 지식과 과학 경영을 폭넓게 배우고 있다. 그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R&D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라며 “가치 있는 기술을 보는 전문성을 키우는 데 PSM 과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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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PSM 과정은 경영학과 함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의생명과학 지식을 배워 실무형 현장 연구개발 전문가를 키운다. 충북대 제공
스마트도시과학(건축, 환경, 정보기술) 융합 분야로 특화된 홍익대 PSM 과정은 건축설계 분야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응용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홍익대 PSM 과정에 재학 중인 이준식 씨(27)는 “설계 전공자가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PSM 과정을 선택했다”며 “여름방학 해외 인턴십을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한 달 동안 인턴을 하며 15층 규모 병원의 저층부를 디자인한 경험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