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2014 SS컬렉션의 포인트
□1 ‘아이폰5S’로 촬영한 2014년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 여성복 컬렉션. 영국 런던에서 지난 달 16일 열린 이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 버버리코리아 제공 □2 □3 정보통신(IT) 기기는 빠르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모스키노’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들이 무대 뒤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노트3’를 들여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이번 패션위크 기간에 IT가 ‘it 아이템’이 된 여러 장면 중 가장 돋보인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가 팔찌나 고급 시계처럼 스타일링돼 늘씬한 모델들에게 ‘입혀진’ 모습일 듯하다. 이탈리아 ‘모스키노’ 컬렉션에 등장한 상큼 발랄한 모델들은 여성들이 ‘it 백’을 들여다볼 때나 등장하는 ‘하트 뿅뿅’ 레이저를 이 새로운 기기에 쏘아대며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무색하게 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서 열린 구호의 컬렉션 라인 ‘헥사바이구호’ 쇼에서도 IT와 패션의 조우가 이뤄졌다. 뿌리가 같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궁합’은 역시 휴대전화를 통해 실현됐다. ‘갤럭시노트3’ 전용 클러치백과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를 헥사바이구호 의상과 함께 선보인 것이다. 클러치백 중앙에 탈부착할 수 있어, 카메라의 렌즈가 돋보이게 디자인한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는 동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숙명인 패션 시계가 이제 ‘기술’이란 화두에 정차하게 됐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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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가 이번에 손잡은 파트너는 애플이었다. 전 세계 출시를 앞둔 애플의 ‘아이폰5S’는 무대 위와 뒤에서 선보여진 모든 콘텐츠를 담아내는 기기로 활용됐다. 이 이미지들은 곧바로 버버리 홈페이지와 버버리닷컴, 그리고 버버리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현빈을 모델로 영입한 제일모직의 남성복 로가디스가 올가을 신제품으로 ‘스마트 슈트’를 내세우는 것도 IT가 ‘it 아이템’이 된 최근 패션계 시류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상의 안주머니 하단의 QR코드를 스마트폰과 연계하면 주 1회 위클리 패션스타일과 주변 맛집 등 가볼 만한 곳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IT와 패션이 얼마만큼의 환상 조합을 빚어낼지,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남녀가 사랑하듯 과하지 않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미래를 빚어나갈 IT와 패션의 결합을 보는 건, 패션의 미래를 훔쳐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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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아의 스타일 포스트
이제 IT기기를 ‘입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왼쪽부터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액세서리처럼 착용한 모스키노 패션쇼의 모델, 상의 안주머니에 QR코드를 탑재한 제일모직 로가디스의 ‘스마트 슈트’, 머리띠처럼 디자인해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모라미’의 헤드폰. 인터패션플래닝·로가디스 제공, 모라미 홈페이지
손목시계 타입인 ‘갤럭시 기어’.
이 기기가 진일보한 점은 운전 중이거나 운동을 하는 등 두 손을 모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동된 ‘갤럭시 노트3’ 스마트폰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능과 디자인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혁신성만큼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운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 이런 혁신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과거 만화영화에서나 상상했을 법한 새로운 기술들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고,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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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헥사바이구호’가 선보인 ‘갤럭시 노트3’ 전용 클러치백과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가 장착된 핸드백.
21세기 초, 프라다를 비롯해 아르마니, 카발리 등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각 브랜드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또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폰이 공개될 때마다 이에 어울리는 케이스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IT 기기의 아이템이 다양화되고 상용화되면서 기기의 성패가 기능뿐만 아니라 패션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IT 브랜드들이 패션과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까닭은 여성 소비자들을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만의 소비 품목으로 여겨졌던 테크놀로지 관련 기기와 장비들은 기술이 곧 일상이 된 여성들의 삶에도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들의 IT 관련 제품 구매력은 남성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다만 선택의 기준에 있어 남성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예컨대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여성들은 디자인 요소를 적잖게 본다. 기술적 기능이 아무리 좋다 한들 예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안전이나 기능을 우선시해야 하는 쇼핑 품목을 고를 때도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이들을 위해 IT 업체들도 패션을 등에 업고 디자인적인 감성을 입히려는 것이다.
여자들은 욕심쟁이다. 편리함과 아름다움,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기술 변화란, 진화하는 기술적 속도만큼이나 지속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 표현해줄 ‘제2의 패션’이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