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맑음. 냄새. #78 Nirvana ‘Scentless Apprentice’(1993년)
난 점점 더 냄새에 민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난 B를 만났다. B는 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나도 B의 냄새가 좋았다.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우린 세상 모든 다른 냄새에 대해 잊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3인조 록 밴드 너바나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인 유테로’의 20주년 기념 음반(사진)이 나왔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이 권총으로 자살하기 한 해 전에 낸 앨범이다.
농담이었다지만 그건 이듬해 현실이 됐다. 앨범 제작 때 만들었다 수록되지는 않은 동명의 곡은 다른 편집 음반에 실렸다가 이번 20주년 기념 ‘인 유테로’에 합류했다. 원 수록 곡들의 2013년 리믹스 버전, 작곡 기간에 녹음된 데모 버전도 잔뜩 실렸다.
‘인 유테로’의 꼭짓점 중 하나인 ‘냄새 없는 수습공’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주제로 한 곡이다. 코베인은 어느 날 ‘향수’의 그르누이처럼 갑자기 세계의 왕이 됐고 “서서히 꺼져 가는 것보다 한번에 타 버리는 게 낫다”는 유서를 남겼다. 코베인에게선 무슨 냄새가 났을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