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에 지장을 받으면 결국 가을 사과 수확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가들이 화분 매개 수정벌인 ‘뒤영벌’을 이용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저온에도 활동성이 높은 뒤영벌을 활용해 기온에 관계없이 사과 수확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밀양의 사과농가들이 뒤영벌을 활용하는 데에는 농촌진흥청이 주도한 연구결과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진청의 지원을 받아 뒤영벌을 대량 생산하고 실용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뒤영벌이 본격적으로 활용될 경우의 경제적인 효과는 약 3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윤형주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화분 매개 곤충이 줄어들고 있어 뒤영벌을 이용한 친환경농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작물에 뒤영벌을 이용한 농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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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기계·소재 △생명·해양 △에너지·환경 △정보·전자 △순수기초 △인프라 등 6개 분야에서 총 100건이 선정됐다. 이 중 농진청의 연구 과제는 기계·소재 1건, 생명·해양 3건, 에너지·환경 1건, 순수기초 1건, 인프라 2건 등 모두 8건. 농진청의 과제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8건이 선정됐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2013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에서 기계·소재 분야 연구과제로 선정된 ‘식물생산공장’. 농촌진흥청 제공
생명·해양 분야에서는 ‘작물의 생육과 면역력을 키우는 친환경 작물 보호제 개발’이 우수성과로 선정됐다. 미생물을 이용해 개발된 친환경 작물 보호제는 농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고 면역력과 내한성을 키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낸다. 실제로 이 균주를 고추에 뿌려 실험한 결과 고추 생산이 10% 이상 늘었다. 이미 동부한농 등 일부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기계·소재 분야에서 선정된 ‘첨단농업기술과 자동화시스템의 결정체 식물생산공장’은 식물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로봇기술(RT) 등 첨단기술을 농업기술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식물공장은 실내에서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이용하는 등 실외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식물을 키우는 공간이다. 이공인 국립농업과학원 생산자동화기계과 농업연구사는 “식물공장은 지열(地熱)과 같은 고효율 에너지 소재산업, 지능형 로봇 등 환경·공정 제어산업, 고기능성 식품·제약 산업 등에 파급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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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건양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농촌과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안뿐 아니라 농업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해 농업 현장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