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몫/파리누쉬 사니이 지음/허지은 옮김/628쪽·1만6800원/문학세계사
소설은 1979년 이란 혁명을 전후한 50년 동안 마수메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는 형식이다. 혁명 이후 들어선 이슬람 공화국 정부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몰린 남편이 처형되고, 무자헤딘에 가담한 큰아들마저 수감되면서 마수메는 졸지에 ‘처형된 공산주의자의 아내이자 반역자 무자헤딘의 어머니’라는 멍에를 쓰게 된다. 둘째아들마저 징병돼 이란-이라크 전쟁에 끌려가면서 그녀의 삶은 두 아들과 막내딸을 세상의 거친 파도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투쟁으로 변한다.
이란 혁명이 국민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대목이 많은 이 책은 이란 정부에 의해 두 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란 정부에서 이란 여성의 삶에 대한 여러 건의 연구를 수행한 이란의 여성작가 파리누쉬 사니이(64)는 자신의 연구 자료를 기초로 마수메라는 인물을 빚어냈다. 자유연애가 금기시되고, 얼굴도 모르는 남편과 악몽 같은 초야(初夜)를 치르며, 딸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란 여성의 억눌린 삶을 대변하는 인물인 마수메는 히잡과 차도르 아래 감춰진 그들의 내밀한 삶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