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한국은 2006년 입법논의 흐지부지
네덜란드 취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한 대낮에도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채로 달린다는 점이었다. 국도 고속도로 등 어디를 가나 주간 전조등 켜기가 보편화돼 있었다.
주간전조등 켜기를 통한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스웨덴 도로교통연구소 조사 결과 전조등을 켜면 주간 교통사고는 켜지 않았을 때보다 11% 감소했다. 캐나다 독일 미국 등에서도 최소 3%∼최대 21%까지 주간 교통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맞은편 차량 운전자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보행자에게는 차량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은 이미 1992년 주간주행등(DLR·Daytime Running Lamp) 규정을 제정해 2011년까지 유럽 전역에 의무 장착을 추진했다. 주간주행등은 전조등 외에 별도의 램프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동을 걸면 곧바로 점등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주간전조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처음으로 전국적인 주간전조등 켜기 캠페인이 전개됐고 2006년 법제화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드라흐턴=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