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개주서 캐는 산삼 90% 홍콩 수출 → 중국서 소비
지난달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메니 마운틴 일원에서 일행이 한나절 동안 캔 30여 뿌리의 미국 산삼을 등산조끼 위에 모은 장면(왼쪽). 4일 뒤 기자의 버지니아 주 집으로 배달된 산삼 상자에 ‘노스캐롤라이나산 미국 야생 산삼이 맞다’는 주정부의 인증서가 들어 있었다(오른쪽). 노스캐롤라이나·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토머스는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검사원이 일하지 않는다”며 “월요일에 주 정부 검사원에게 가져가 인증서를 받은 뒤 집으로 배송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쉽지만 태어나서 처음 만져본 산삼과 잠시 이별해야 했다.
꼭 4일 뒤인 지난달 19일 오후 집배원이 버지니아 주 비엔나의 집으로 배달해 준 메일 박스에는 비닐 보관함 속 젖은 휴지 위에 가지런히 누운 산삼 30여 뿌리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 검사원이 사인한 A4용지 한 장짜리 인증서가 들어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산(産) 말리지 않은(green) 야생 산삼이라는 확인과 캔 날짜와 무게 등이 적혀 있었다. 합법적인 미국 산삼 소비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광고 로드중
미국 산삼의 효능은 어느 정도일까. 뉴욕 주 정부 사이트는 1977년 한 미국 박사의 평가를 인용해 “어떤 약용 식물보다 뛰어난 효능을 지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만병통치약”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약용 식물에 대한 서방의 무지 때문에 오랫동안 효능이 무시돼 왔다고 동시에 지적했다. 21세기를 넘어서면서 산삼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정부와 대학, 각종 연구소 등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북부에서 나는 아시아 산삼(Panax ginseng)과 미국 산삼(Panax quinquefolium)은 엄밀히 말해 학명이 다른 사촌지간이다. 한국 삼은 양기가 강해 열을 내고 미국 삼은 반대로 음기가 강해 열을 가라앉히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 미국 현지의 통설이다. 기본 성분은 미국산이나 한국산이나 사포닌으로 같지만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사포닌은 피를 맑게 해 주고 면역력을 키워 노화를 방지하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산삼과 미국 산삼의 성분과 효능 차이를 직접 비교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한 뿌리에 수백만∼수억 원 하는 한국 산삼을 실험 재료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2001년 캐나다의 오타와대에 제출된 한 박사 후 논문에 따르면 미국 산삼과 장뇌삼, 인삼 그리고 한국 장뇌삼과 인삼의 성분을 비교한 결과 같은 비교 군에서 미국 삼의 사포닌 함량이 더 풍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포닌의 종류는 한국 삼이 더 다양하지만 사포닌 함량은 미국 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산삼 대부분은 미국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미국내 무역상을 통해 홍콩의 국제시장으로 나가 해외로 수출된다. 그중 대부분은 산삼 소비 대국인 중국으로 빨려 들어간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로 수출된 미국 산삼은 2만2726kg. 이 가운데 90%인 2만650kg이 홍콩 국제시장으로 수출됐다. 미주의 또 다른 산삼 강국인 캐나다로 862kg, 싱가포르로 537kg이 팔려 나갔다.
광고 로드중
올해 6월 23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메릴랜드 주의 산삼 채취량은 1996년 423파운드에서 2000년 227파운드로, 2010년에는 143파운드로 급감했다. 주 정부에 산삼 채집 금지를 건의한 조너선 맥나이트 씨는 WP 인터뷰에서 “몽고메리와 볼티모어 지역에서는 산삼이 자취를 감췄고 서부에서도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중국 특수로 산삼 가격이 불법 약물처럼 뛰어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나오는 야생 산삼이 줄어들자 사람이 야산에 씨를 뿌려 기른 미국산 산양삼(Wild-simulated)과 밭에서 기른 인삼(Cultivated)의 생산과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인삼 수출량은 19만9221kg으로 야생 산삼의 8배를 넘는다. 20일 버지니아 주 비엔나 시의 중국 마켓에서는 말린 미국 인삼이 4온스(113.4g)에 34.99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산삼과 인삼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재미교포나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숲을 구입해 산양삼과 인삼 재배를 시작했다. 미국판 산삼 랜드를 만드는 게 이들의 꿈이다.
■ 국내전문가들이 본 각국 인삼의 약효
“노화 막는 사포닌, 고려인삼〉중국삼〉미국삼… 면역-항암 종합효능, 고려인삼이 미국삼의 3배”
광고 로드중
한국에서도 역시 한국과 미국 산삼의 약효를 직접 비교한 자료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양국 산삼의 약효 비교는 재배종인 인삼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야생 인삼인 산삼은 기본적으로 인삼과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으나, 인삼에 비해 몇 배의 효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부 학자는 약효 성분인 사포닌 중 일부는 산삼에서만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재배 인삼은 5세대 정도를 야생 상태에서 보내면 산삼의 성질을 회복한다.
인삼의 약효 성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로 해소와 혈소판 응집 억제,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이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고려인삼에는 사포닌이 38종 함유돼 있다. 반면 미국삼과 중국삼에는 각각 19종, 29종만이 들어 있다.
학계에 따르면 사포닌의 구성에서도 고려인삼과 미국삼은 큰 차이가 있다. 인삼의 사포닌은 디올(PanaxaDiol)계와 트리올(PanaxaTriol)계로 나뉘는데 고려인삼에는 디올계와 트리올계 사포닌이 균형 있게 들어 있다. 그러나 미국삼에는 대부분 디올계 사포닌만 있다.
디올계 사포닌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트리올계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고려인삼은 몸의 상태에 따라 높은 것은 내려주고 낮은 것은 올려주는 ‘항상성 유지’ 작용을 할 수 있다.
또 미국삼이 허열(虛熱·몸이 허약해 나는 열)을 걷어 주고 체액을 보충해 주며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능에 머무는 데 반해, 고려인삼에서는 미국삼의 효능에다 트리올계 사포닌의 효능인 피로 해소 및 뇌 기능, 인지 능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고성권 세명대 인삼산업연구센터 센터장(한방식품영양학부 교수)은 “미국삼의 효과는 한약재인 맥문동이나 더덕을 먹을 때 볼 수 있는 진액(津液) 보충 정도에 그치지만, 고려삼은 기(氣) 혈(血) 진액을 모두 보충하는 치료제”라며 “고려인삼이 미국삼의 3배 정도 효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역 기능을 높이는 산성 다당체 함량 역시 고려인삼(7.47%)이 서양삼(2.09%)과 중국삼(2.25%)의 3배 이상으로 많다. 또 항암 효과가 좋은 폴리아세틸렌도 고려인삼(0.089%)의 함유량이 서양삼(0.064%)과 중국삼(0.075%)보다 훨씬 높다. 미국삼의 약효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일부 있으나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시관 고려인삼학회장(건국대 의료생명대 교수)은 “면역과 항암효과 등을 두루 살폈을 때 전 세계에서 고려인삼이 가장 만병통치약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김유영·류원식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