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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관리법 어겨가며 삭제… 盧 별도 라인 가동 가능성

입력 | 2013-10-05 03:00:00

■ 檢 “삭제된 회의록, 초본 아닌 완성본”




삭제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더 나은 완성본을 만들기 위한 말 그대로의 초본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회의록이었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회의록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그동안 ‘봉하 이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에서 삭제된 회의록(삭제본)을 복구한 뒤 이를 국정원이 보관 중인 회의록(수정본) 및 이지원에 남아있는 회의록(수정본·국정원 것과 동일한 내용)과 면밀히 비교해왔다. 그 결과 검찰은 4일 삭제본이 다른 2개의 회의록(수정본)보다 완성본에 더 가까운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의 설명대로라면 그동안 노무현재단과 야당이 펼쳐온 “초안을 바탕으로 수정본을 만든 뒤 초안을 삭제한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희박해진다. 밑그림식의 초안이어서 더이상 쓸모가 없으므로 폐기한 게 아니라, 내용 중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없애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게 고쳐서 만든 수정본만 남겨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삭제본은 수정본과 큰 틀에서는 내용에 차이가 없지만 일부 표현이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삭제본과 수정본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화법과 관련된 대목 등에서 주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삭제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제가’ ‘저’ 등으로 표현했으나 수정본에서는 ‘내가’ ‘나’ 등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록 삭제가 어떤 라인을 통해서 실행됐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대화록 삭제 과정에 당시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관리를 맡은 라인과는 별개의 지시, 보고라인이 가동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회의록이 작성됐던 2007년 말 청와대 직제표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 관리는 기록관리비서관이 실무를 맡고, 국정상황실을 거쳐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대로라면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이호철 전 국정상황실장,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이 책임 라인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실무는 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녹음테이프 등을 바탕으로 회의록 작성과 관리를 한 실무 책임자였다. 검찰은 회의록을 이지원에서 삭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공식 지시 및 보고라인과는 별도의 라인이 가동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삭제한 것 역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소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야당에서) 초본이라고 해서 없어져도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삭제된 회의록 역시 완성본 형태의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야 하고, 삭제 역시 불법이라는 취지로 분석된다.

한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의 발언이 검찰 수사 이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검찰수사 발표 직후인 2일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으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됐다는 회의록(삭제본)은 실제 삭제되지 않았는데 검찰이 착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이지원 자료를 삭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도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마다 말이 다르다. 그동안 노 정부 측 인사들은 “이지원 자료는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김 본부장도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이호철 씨는 4일 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이지원으로는 삭제가 안 되지만 시스템적으로 삭제를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지원 자료도 사실상 삭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날 “이 전 수석이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장선희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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