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계열사 ‘시멘트’ 담보로 투자자 모아… 법정관리 신청으로 담보가치 사라져
그룹 내 우량 계열사인 동양시멘트를 담보로 기업어음(CP)과 유사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며 투자자를 모아놓고 동양시멘트를 법정관리 신청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졌다. 원금 회수 ‘안전판’으로 내세웠던 동양시멘트를 법정관리에 맡기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사기성 채권 발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판매에 나섰던 동양증권 직원들은 “우리도 속았다”며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 “안전하다”던 우량자산 법정관리
2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페이퍼컴퍼니(SPC)를 통해 7월과 9월에 1569억 원어치 자산담보부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이 채권은 부동산, 주식 등을 담보로 잡고 있어 보증이 없는 일반 CP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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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가 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식의 담보가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채권 발행사(㈜동양)와 담보 제공사(동양네트웍스), 담보 당사자(동양시멘트)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동양 계열사들은 또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달 23일 이후 1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상호 지원하며 ‘돌려 막기’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동양의 65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막은 전후로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국의 감시가 법정관리 직전까지도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반발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권유한 상품의 담보가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오너와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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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현 회장이 기업 회생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기존관리인유지(DIP) 제도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법정관리를 악용했다”며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양증권 임직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금감원은 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 채권 일부를 ‘캠페인’을 통해 밀어내기식으로 할당받아 판매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2011년 LIG건설 사태처럼 동양그룹 경영진이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는지, 이를 동양증권이 떠맡아 개인에게 판매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이상훈·손효림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