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자연, 문화, 민초의 삶… 구수한 사투리로 전해주는 촌스럽지만 정겨운 지역 잡지돈과는 거리 먼 전라도닷컴에 또 다시 닥쳐온 경영위기이 작은 매체 하나 못살리면 문화융성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정지은 사회평론가
“영감 가고 나서는 존 것도 없고, 뭐이든 덤덤햐. 아무리 사람 많은 디 가도 우리 영감은 없잖야…. 나 혼차 두고 가더래도 무섬일랑 주고 가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했어. 나 혼차 무서문 못살지. 근디 진짜로 무섬을 하나도 안 주고 갔어. 영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똑같어.”
인용한 대목은 월간 ‘전라도닷컴’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의 일부다. 나는 이 잡지를 2008년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알게 됐다. ‘전라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에 ‘죄송합니다. 2000원 더 올립니다’란 부제가 붙어 있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한 달에 5000원을 지출하는 결단(?)을 감행한 후 첫 잡지를 받아본 내 소감은 ‘뭐 이런 촌스러운 잡지가 다 있나’였다. 기사 가득한 전라도 사투리는 외계어에 가까웠고, 책장 넘길 때마다 말 그대로 땅에 엎드려 계신 흙투성이 할머니들이 가득했다. 시장, 밭, 갯벌은 물론이고 마을 한쪽의 평상에서까지 이어지는 고단한 노동의 흔적은 불편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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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보적인 언론사는 질로 존 상(대상), 영판 오진 상(금상), 어찌끄나 상(장려상)을 주는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도 매년 연다.
인쇄매체가 어렵다고 한다. 출판시장은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책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니 오프라인에 종이 잡지인 것도 모자라 제호에 ‘전라도’라는 지방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고, 광고마저 골라 싣는 전라도닷컴은 안 팔릴 만한 조건을 세트로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편집진은 ‘암토랑도 안허’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잡지 전라도닷컴의 위기는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미 2007년에 잡지 발행 중단 사태가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잡지를 아끼는 사람들이 구독료를 올리고, 광고를 따오고, 응원의 밤 등의 행사를 열어 모금도 했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내어준 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때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 잡지’ 타이틀도, ‘우수 콘텐츠 잡지’라는 수식어도 반복되는 자금난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전라도닷컴은 그동안 찍은 1만여 장의 사진 중 100장을 선별해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을 판 수익금으로 당장의 위기만이라도 넘기겠다는 것인데, 2007년의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1000원에서 시작한 책값이 8000원이 되는 동안 악으로 깡으로 버텨왔지만 계속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버틸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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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라고 폭폭허게 사냐고, 내야 맘에 안들문 쩔로 가시오” 허면 된다고, “속상한 일은 곡석 까불데끼 잊어불라”는 할매들의 다순 말씀을 지면으로나마 마음 편히 계속 만나고 싶다. 비단 전라도닷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지역이 어디든 가장 그곳에 어울리는 말글로, 가장 그 지역다운 사람과 자연과 문화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매체 하나쯤은 지역마다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작은 매체 하나 살리지 못하는데 문화 융성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정지은 사회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