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강 전 장관을 처음 만난 건 2009년 초였다. 나라의 경제성적표인 경제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정부 경제팀의 교체가 예견되던 무렵이었다. 개각 소식에 귀를 쫑긋하던 기자에게 강 전 장관은 예상 밖의 말을 던지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거도 없는 좌측통행을 강요한다.” “교차로에서 왜 직진과 좌회전 동시신호를 줘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백하건대 기자는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흘려들었다.
그가 교통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09년 2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취임했을 때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최악의 교통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이유는 잘못된 교통체계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교차로에서 직진 차량에 우선권을 주는 신호체계로 개편하고 우측통행을 도입했다. ‘이게 국가경쟁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그는 소신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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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시내 회전교차로 3곳을 시범 운영한 결과 교통흐름이 개선되고 교통사고는 대폭 감소해 확대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작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전국 270여 곳에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교통사고 사상자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안전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1700곳을 회전교차로 형태로 운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적잖은 교통전문가들이 “경제 분야의 업적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교통문화사를 쓴다면 강만수는 잊혀서는 안 될 이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경찰 단속이 강화될 때만 잠시 조심하고, 단속이 느슨해지면 도로가 다시 난장판이 되는 게 지금까지 한국의 교통문화였다. 그런데 회전교차로는 경찰력과 신호등 없이 운전자의 자발적인 ‘양보운전’을 통해 작동되고 있다. 인프라가 의식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후진적 운전문화를 범칙금과 벌점으로 다스리려고 했던 정부가 앞으로 의식 개선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