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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산 개미들 “동양증권에 속았다” 집단소송 움직임

입력 | 2013-10-01 03:00:00

[동양그룹 3개社 법정관리 신청]
■ ‘대우사태 이후 최대규모’ 투자자 4만7000명 피해 우려




“설마 대기업이 망할까 싶어 증권사 직원 말만 믿고 투자했어요.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60대 주부 A 씨는 올 7월 말과 8월 초 두 번에 걸쳐 5000만 원씩 투자해 ㈜동양 회사채와 동양레저 기업어음(CP)을 샀다. 그는 “원금 손실은 전혀 없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증권사 직원이 권해 가입했다”며 “채권·CP에 무지한 60대 주부를 속여 판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사 세 곳이 3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가장 큰 피해는 4만7000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회사채·CP 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동양그룹 사태가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고금리 매력 투자처? 큰 손실 위기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혔다. 연 7∼8%의 높은 금리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까지 붙어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투자자 누구도 상상하고 싶지 않던 ‘법정관리’가 현실이 되면서 이들은 투자금을 사실상 날릴 위기에 몰렸다. 해당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일단 모든 채권채무를 동결한 뒤 회사에 대한 실사에 나선다.

수개월에 걸친 실사를 통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정상화 절차에 착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파산 절차를 밟는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어느 쪽을 택해도 채권 보유자들은 투자금 상당액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민법상 권리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CP 포함)이나 주식 보유자는 해당 회사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채권자보다 늦게 변제받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투자자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해 투자금을 돌려받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가장 최근의 유사 사례인 2011년 LIG건설 CP 소송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15건의 소송 중 12건에 대해 법원이 증권사(우리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그나마 당시에는 LIG 측이 분식회계를 통해 사기성 CP를 발행한 게 문제가 됐으나 동양그룹의 경우 투자설명서 및 증권신고서에 해당 회사채·CP의 신용등급 및 투자적격 여부를 밝힌 만큼 이 부분이 문제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 투자자 3200명 집단소송 움직임

동양그룹 회사채·CP의 99%를 개인 4만7000명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 중 일부에게라도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동양증권의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불완전판매 사례를 접수 중이다. 최근까지 3200명 이상의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며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판매 과정에서 거래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에 가까운 판매 행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층과 주부들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금융소비자들을 기만한 것과 관련해 법적인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동양증권이 계열사 부실 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동양증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증권사 직원이 단골 고객에게 전화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연락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동양그룹 금융 계열사의 (CMA, 펀드 등) 고객 자산은 100%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동양그룹 계열 채권과 별개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동양증권 회사채·CP 판매에 대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훈·신수정·조은아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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