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면역력 저하 → 오한 발열 감기 증상 → 물집 생기는 수포발진
대상포진에 걸린 한 중년 여성이 왼쪽 옆구리를 잡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여성은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동아일보DB
일교차가 큰 환절기엔 신체 적응력이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호흡기질환은 환절기에 잦아 이즈음 몸에 이상이 생기면 감기로 여기기 쉽다. 문제는 감기 증상이라고 해서 꼭 감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병에 걸렸는데도 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병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 찬바람에 면역력 뚝…으슬으슬 감기?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 신경절을 타고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한다. 면역력 저하와 깊은 연관이 있어 환절기에 유독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매월 4만여 명 발생하며 그중 환절기인 10, 11월에 평균 4만5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흔히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어서 환절기에도 환자가 많이 생긴다.
대표적 증상인 통증 역시 쑤시고 아프거나 열이 나고 무거운 느낌처럼 감기 때와 아주 유사하다. 통증 부위도 가슴 배 허리 머리 얼굴 등 다양한 곳에서 몸살처럼 나타난다. 수포가 올라와도 피로가 원인이거나 단순 피부병으로 여기는 때도 잦다.
만약 급성 통증이 나타난 뒤 포진이 띠 형태를 보이며 몸 한쪽에서만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보고 즉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에 취약한 50대 여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011년 대상포진 여성 입원환자 중 50대가 약 30%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심해지고 합병증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개 약 4주 이내에 치료되지만 합병증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만성적인 난치성 질환에 가깝다. 특히 대표적 합병증인 신경통은 환자의 10∼18%가 겪는다. 주로 화끈거리거나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한 만성 통증을 말하며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만성 통증은 수면방해 우울증 만성피로 등도 불러온다. 작은 접촉이나 마찰에도 심한 통증이 생겨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는 것 같은 일상생활에까지 큰 불편을 준다.
○ 조기 치료하면 대부분 나아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했다고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어른과 어린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은 한 번 앓았다고 면역이 생기지 않아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발률은 매우 낮아 0.1∼1%에 불과하다.
대상포진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백신은 어릴 때 수두에 걸린 이후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예방하며 50대 이상 성인이 접종 대상이다. 50대의 예방효과는 70%, 60대 이상은 51%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국내에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미 대상포진에 걸렸던 사람은 예방접종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의학적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