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의 나이보다 세 배는 더 많은 동네 어르신들에게 깍듯이 소장님으로 불리는 대신 부임한 첫해부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마을 어르신의 마지막 의료 처치를 홀로 수행하는 두려운 역할을, 속으로는 벌벌 떨고 진땀을 흘리면서 겉으로는 의연하게 수행했다고 회고한다.
“소장님∼ 빨리 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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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댁’으로 불리며 동네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분도 있다. 그분은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부들의 생활을 관찰해 보니 참 딱하더라고 했다. 농부들은 한여름 땡볕을 피하기 위해서 해 뜨기 전 새벽부터 논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 해가 중천에 뜨면 지친 몸을 끌고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하루는 낮은 담장 너머 옆집 노부부가 너무 지쳐서 밥도 차려 먹지 못하고 늘어져 누운 모습을 보고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서 건너갔다.
“아이고, 서울에서 새댁이 내려오니 별난 것도 다 먹어보네. 이거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네.”
그때부터 그분은 동네에서 새댁으로 불린다. 그리고 상냥한 서울 새댁답게 동네 할머니들에게 무조건 ‘형님’이라고 부르며 종종 낯설고 특이한 서울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그녀는 “이렇게 늙은 새댁 봤느냐”면서 “새댁 소리 듣고 싶으면 시골로 내려와∼”라는 말로 우리를 웃겼지만 새댁 연령이 높아만 가는 농촌이 안타까워서 웃음의 뒤끝은 씁쓸했다.
그래도 젊은 귀성객들이 도시로 돌아가 허전한 농촌에 수호천사 보건진료소장님과 50대 새댁같이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가을 햇살 같은 온기가 남아 있으려니 싶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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