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부 차장
무인차는 카메라로 양 옆 차선을 인식해 방향을 틀었다. 접촉 사고를 걱정했지만 제법 안정적이었다. 연구 목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내부순환로 무인 질주’였던 셈이다.
한민홍 당시 고려대 교수가 개발한 그 무인차를 눈여겨본 기업은 많지 않았다. 연구비 부족으로 전기차는 값싼 마티즈 모델이었다. 그 뒤로 간간이 한 교수의 소식이 들려왔지만 뭔가 큰 비즈니스가 성사됐다는 얘기를 잘 듣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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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에 비로소 스타가 탄생했다. 카네기멜론대를 제치고 깜짝 우승한 스탠퍼드대였다. 우승팀을 이끈 사람이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미친 듯이 찾던 구글이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트룬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무인차를 개발했다. 구글이 이런 시도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던 건 혁신의 미래가치를 믿고 큰돈을 댄 투자자 덕분이다.
행정기관은 그 성취를 구경만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판을 깔아 줬다.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STA)은 무인차 교통사고에 대비한 새 정책을 만들고,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네바다 주는 시험 운행을 승인했다. 지난해 네바다는 처음으로 무인차에 면허증을 발급했다. 공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공무원들이 교통안전을 해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한 거다.
우리 정부도 창조경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으니 이런 작품 한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에게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연구자에게 충분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면, 그 연구 성과물로 창업이 이어지고, 혁신기업이 대기업과 동반성장해서,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그런 훌륭한 성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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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선보이겠다는 창조경제 인터넷 사이트 ‘창조경제 타운’도 그런 사례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창조경제 타운에선 일반 국민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노하우를 직접 연결해 줄 거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잘 도와 달라고 직접 부탁했다.
기자는 창조경제 타운이 문을 열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면 어떨까요’라는 아이디어를 올려 보려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지켜볼 생각이다. 참 답답하다.
김용석 산업부 차장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