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경제부 기자
양적완화는 초저금리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은 3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이 정책에 따라 8월 말까지 풀린 돈은 3조7370억 달러(약 4000조 원)에 이른다. 현재 매달 850억 달러를 풀고 있는데, 이 규모를 650억∼750억 달러 정도로 줄이는 것이 양적완화 축소의 뼈대다.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9일 충남 공주 산성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경제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이는 양적완화 축소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의 파장을 우려하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연준의 정책이 종이호랑이였던 것으로 드러나자 국제 금융계는 일단 환영했다. 하지만 양적완화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은 어떻게 튈지 모른다. 연준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지만 정치에 민감하다. 정치적 변수로 정책의 추진 시기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줄을 죄는 정책이 갑자기 본격화하면 종이호랑이에 안도하던 사람들은 다시 걱정에 휩싸일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은 공포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한국 경제의 체질이 건실하다”는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취해 있다가는 ‘뒤통수’를 맞게 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흔히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같은 ‘거시 건전화 3종 세트’면 대부분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을 가정해 테스트해볼 필요가 있다.
종이호랑이를 본 사람은 방심하다가 진짜 호랑이에게 더 크게 당한다. 종이호랑이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