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뫼비우스’.
변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 두 편을 최근 보았다. 뒤틀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담은 이 영화들이 발휘하는 상상력이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돌아와 딴 사람인 척하는 여자의 복수극을 담은 막장 드라마 못잖게 말도 안 되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인간의 원죄적 욕망과 그로 인한 존재적 고통을 담은 예술”이라고 말하면 훨씬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보았더라면 단란한 가정의 롤모델이라고 감탄했을 법한 이들 두 엄마와 아들들의 크로스오버 섹스 이야기는, 그러나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망막이 시릴 만한 호주 해변의 절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람에 나의 복장을 더욱 터지게 만든다. 영화 제목보다 가일층 저질스러운 것은 이 영화의 포스터다. 두 어머니로 나오는 여배우 나오미 와츠(45)와 로빈 라이트(47)가 아찔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각각 단짝친구의 ‘얼짱’ 겸 ‘몸짱’ 아들들과 밀착한 채 해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이 순간은 나처럼 이데아의 세계를 추구하는 지적 상식적 존재로선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성욕과 번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 이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아니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性·가정이 화평하면 매사에 섹스 생각만 한다)이 아니냔 말이다. 영화 속 네 남녀는 무지하게 비싸 보이는 오션뷰 저택에 살면서 하루 종일 서핑하고 포도주 마시고 춤추고 섹스할 뿐, 도무지 노후 걱정, 은행 대출금 걱정,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은 알지도 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런데 ‘투 마더스’ 저리 가라 할 만큼 충격적인 애욕을 담은 영화를 또 보고 기겁을 하였으니, 바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이다. 김기덕의 전작 ‘피에타’에 워낙 감동을 먹었던 나인지라 한껏 기대에 부풀어 이 영화를 보고 난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헐!’
남편이 상습적으로 동네 구멍가게 주인 처녀와 바람을 피운다. 열이 뻗친 아내가 남편의 ‘그것’을 제거하려 하고, 남편은 매우 성공적으로 이를 방어한다. 그러자 미치기 일보 직전이 된 아내는 남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아들의 ‘그것’을 커팅한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번민하던 아버지는 수술을 통해 자신의 ‘그것’을 아들에게 이식해준다. 그러자 아들의 ‘그것’이 놀랍게도 어머니를 보고 반응한다. 그것을 목격한 아버지는 극단의 선택을 한다….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 그렇게 우린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
아! 급기야 김기덕은 신체접합과 정신분열의 세계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탐구한 영화예술가 데이비드 크로넌버그(‘플라이’ ‘스파이더’ 등을 만든 감독)를 넘어서 신체절단과 이식이라는 SF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김기덕의 표현을 빌려 이 작품을 평가하자면 이렇다.
예술은 무엇인가. 신화는 무엇인가. 변태는 무엇인가. 예술, 신화, 변태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다. 예술이 신화고, 신화가 변태이며, 변태가 예술이다. 예술과 신화와 변태는 그렇게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다. 끝.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