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국제부 차장
포럼의 논의 내용은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트럭을 통째로 배로 옮기는 물류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물류센터를 만들자” “부산의 영어마을로 초대하는 일본 학생 수를 늘리자” “산업분과별 포럼을 만들자” 등 실질적인 내용이 많았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양측 참석자의 태도다. 한국 측은 일본의 우경화 같은 껄끄러운 문제는 입 밖에 내지 않은 반면 오히려 일본의 올림픽 유치를 기원했다. 일본 측 대표인 이시하라 스스무(石原進) JR규슈 회장은 포럼이 끝난 뒤 가진 오찬에서 “일본이 주변국에 식민지의 고통을 안겨준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 참가자들을 배려한 ‘사죄의 표현’이었다. 지금과 같은 한일 간 갈등이 미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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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목표는 ‘일일생활권의 경제공동체’다. 지금은 아득해 보이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없었다면 양국 중앙정부가 논의하고 있을 주제일지 모른다. 두 지방 도시의 노력은 그래서 돋보였다.
우리의 전통악기 부(缶)는 울림통의 가장자리를 치면 가운데에서 우아한 소리가 난다.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중앙정부를 움직일 부의 가장자리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후쿠오카에서
허진석 국제부 차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