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미디어학부 부부교수 티머시 레빈-박희선의 ‘사랑과 경쟁’
티머시 레빈(왼쪽), 박희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부부가 3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정을 거닐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 초기에는 서로 다른 습관을 맞추느라 조금 싸웠지만 둘 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라 작은 오해가 생기면 꽤 잘 풀기 때문에 이젠 싸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 학기부터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나란히 임용된 티머시 레빈(51)과 박희선 교수(42) 부부의 이야기다. 고려대에서 두 번째 학기를 맞은 이 부부를 3일 레빈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레빈 교수는 거짓말 탐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박 교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이 주 전공이다. 두 사람은 1996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박 교수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가 2002년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미시간주립대에서 부부 교수로 살아왔다.
“서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성공을 즐기기도 합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아내와 사는 게 좋아요.”(레빈 교수)
“남편의 경력이 저보다 10년 많지만 저는 언젠가 남편 논문의 양과 질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어디, 내가 잡히나 두고 보자’고 하지만요.”(박 교수)
2011년에는 부부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전미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는 ‘올해의 논문상’(커뮤니케이션 및 사회인지 분과)을 수상했다. 매년 논문 1편은 부부가 함께 쓴다.
요즘 이들은 미국에서 수행했던 연구 결과가 한국에도 적용되는지 실험하고 있다. 박 교수는 “거짓말을 탐지할 때 조사관이 질문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탐지의 정확도가 달라진다”며 “이를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새롭게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치켜세웠다. 레빈 교수는 “아내는 서로 다른 학문 분야를 융합해 새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고 했고, 박 교수는 “남편은 방법론과 학문적 증거를 찾는 데 탁월하다”며 협업을 하면 서로의 장점이 배가된다고 했다. 박 교수가 “미안하지만 남편 자랑을 또 한다면…”이라고 말하는 순간, 기자는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