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바스티앙 비베스 지음·김희진 옮김/592쪽·1만8000원·미메시스
세련된 겉모습의 이 책은 만화책이다. 프랑스 만화가인 저자는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저자가 휴식 시간 틈틈이 블로그에 올린 만화는 프랑스에서 ‘사랑’ ‘가족’ ‘비디오게임’으로 출간됐다. 국내에선 3권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며 새롭게 표지를 디자인했다. 원래 책 표지는 각 장 제일 앞에 실었다.
표지 얼굴은 남자인 저자의 얼굴이다. 출판사는 저자가 보내준 자화상 가운데 일부러 긴 머리, 빨간 입술이 그려져 남녀 구분이 헷갈리는 그림을 골랐다. 표지 디자인을 맡은 백소연 씨는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시선을 끌려고 이 그림을 택했다. 빨간 입술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해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일반 만화가 아닌 작품성 있는 그림이 담긴 만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만화엔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첫 만남에서 빼곡한 질문이 채워진 설문지를 꺼내들고 답변을 요구하는 남자, 오럴섹스가 뭔지 묻는 아들에게 담배를 물리는 아버지에게 왠지 마음이 간다. 출판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려고 만든 만화라 자기 검열의 덫에 걸리지 않은 날것의 웃음을 안겨준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