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기자
탈북동포들에게 종교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하나원은 내부에 교회 성당 법당을 두고 있다. 일요일이면 탈북동포들은 북한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사상적 침투의 아편’이라고 배웠던 그 종교를 직접 가서 체험한다.
교회 성당 법당을 하루씩 가서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탈북동포들이 어느 곳에 갈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그곳에서 뭘 받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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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이면 탈북동포들은 모여 앉아 “오늘 교회에선 무엇을 주고 성당에선 무엇을 주더라”는 정보를 교환한다. 이는 “기독교는 돈이 많대”, “불교는 돈 생기면 땅만 많이 사놓는대” 하는 식의 풍문과 맞물려 특정 종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케 한다.
하나원에서 탈북동포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교회 성당 법당 순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순서는 변함이 없다. 예전에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선물을 챙기다가 퇴소를 앞두고 나갈 때 한꺼번에 선물을 많이 주는 성당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자 수녀님들은 선물 제공을 출석률에 연계하게 됐다.
탈북동포들은 하나원을 나와서도 대다수가 교회를 다닌다. 소수가 성당을 다니고 절에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 하나원 시절 받은 인상의 영향이 클 것이다. 실제로 남쪽에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고 돈도 많이 쓰는 종교가 기독교다. 중국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목사나 전도사들이 많다.
물론 부정적 사례도 있다. 몇 년 전까진 “중국에서 죽을 뻔했을 때 하나님이 꿈속에 나타나 기적적으로 구해주셨다” 정도면 교회에서 간증을 하라고 불러주었는데, 요즘은 북한에서 지하교인이나 봉수교회 전도사 정도는 했다고 주장해야 불러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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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는 평양을 제2의 예루살렘으로 만들려는 꿈을 꾸고 벼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금 같아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주교와 불교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이 전파되려면 지금부터라도 탈북동포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종교계의 경쟁을 부추기려는 건 아니지만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을 굳이 먼 훗날로 미룰 필요가 있나 싶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