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1일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풀어 온 양적완화 조치를 하반기에 줄이겠다는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했다. 출구전략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만 남은 상태여서 신흥국발(發) 달러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포함한 20명의 위원 가운데 대다수(Almost all)가 올해 하반기(Later this year)에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구체적인 출구전략 시간은 ‘조만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경제지표를 보며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많은 월가 전문가는 당초 다음 달 연준이 출구전략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의사록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10월 시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신흥국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인도 정부는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9%대를 위협하자 23일 800억 루피(약 1조3750억 원)를 긴급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일 인도 외환시장에서 루피화 가치는 한때 전날보다 약 2.7% 하락한 달러당 65.56루피를 나타나며 3일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국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 터키도 20일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터키 리라화 가치 역시 22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태국 밧화 가치도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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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