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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췌한 보시라이, 부인 서면증언에 “가소롭다” 檢과 설전

입력 | 2013-08-23 03:00:00

■ 중국 ‘세기의 재판’ 시작… 보시라이 17개월만에 공개석상에




구카이라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에 대한 재판이 22일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시작됐다. 이로써 지난해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의 미국 망명 시도로 촉발된 ‘수십 년래 최대의 정치 스캔들’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보 전 서기가 주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반발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 평상복 차림 출두, 검찰과 설전

구카이라이

재판은 오전 8시 43분에 시작됐다. 앞서 8시 20분경 경찰 호송차량과 은색 벤츠 승합차가 삼엄한 경비 속에 법원으로 들어갔다. 보 전 서기는 죄수복 대신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출두해 두 팔을 앞으로 모으고 재판을 받았다. 그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흰머리가 약간 늘고 살이 빠진 듯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보 전 서기가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 시장과 서기, 랴오닝 성 성장, 상무부장으로 있던 1999∼2006년 다롄국제발전공사 탕샤오린(唐肖林) 총경리와 다롄스더(實德)그룹 쉬밍(徐明) 회장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2000∼2012년 이들로부터 2179만 위안(약 40억 원)어치의 금품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구속)와 아들 보과과(薄瓜瓜·미국 거주)도 금품 전달 창구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아들을 거론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보 전 서기가 다롄 시 서기로 재직할 때 비자금 500만 위안(약 9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추가했다. 뇌물과 횡령액을 합한 규모는 2679만 위안(약 49억 원)이다. 이는 사형유예판결을 받은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의 6460만 위안(약 118억 원)보다 적다.

다소 초췌한 모습인 보 전 서기는 일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과 설전까지 벌였다. 그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사안별로 하나씩 말하겠다. 합리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해주길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40년 지기인 탕 총경리가 영상 증언을 통해 자신에게 3차례에 걸쳐 111만 위안(약 2억301만 원)을 줬다고 하자 그는 “영혼을 판 사람의 추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사가 “증인의 인격을 헐뜯는 언어를 쓰지 말라”며 경고까지 했다.

또 검찰이 구카이라이가 보 전 서기와 함께 쓰는 금고에서 거액의 돈다발을 봤다고 말한 서면 증언을 제출하자 “정말 웃기고 가소롭다”며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구카이라이가 자기 돈을 갖고 있는데 왜 공동 금고에서 돈을 꺼내 썼겠느냐”고 반박했다. 부부끼리 진실 공방을 벌인 셈이다. 또 중앙기율위원회 조사에서 탕 총경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한 데 대해서는 “세부 사정을 몰랐고 머리가 텅 비어 있던 상태였다”며 과거 진술을 번복했다.

보 전 서기는 구카이라이가 쉬 회장에게서 돈을 받아 아들 유학비와 프랑스 주택 구입 등에 썼다고 한 데 대해서도 “아내한테서 전혀 들은 바 없다. 구카이라이와 쉬밍은 가까운 사이지만 나와 쉬밍은 일반적인 관계”라고 반박했다.

보 전 서기는 현 중국 지도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살해와 관련해서는 “보 전 서기가 살인 사건을 보고받은 뒤와 왕리쥔의 반역 도주 전후 일련의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만 언급했다.

○ 이례적인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 재판 중계

지난 법원은 이날 재판을 이례적으로 웨이보를 통해 문자로 중계했다. 법원 인근 지화(吉華)호텔에서는 내외신 기자를 상대로 형식적이나마 브리핑도 했다. 법원 측은 당초 이번 재판을 ‘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보 전 서기 가족 5명과 당국이 사전에 정한 기자 19명, 각계 인사 86명 등 110명으로 방청이 제한됐다.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법원 앞 도로 건너편에 설치된 경찰 통제선 밖에서 취재경쟁을 벌였다. 법원 인근에는 경찰 병력 1000여 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통제선 밖에서는 보 전 서기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산시(山西) 성에서 왔다는 남성(36)은 “이번 재판은 불법”이라며 공평과 정의를 주장했다. 그는 “내 성은 쭤(左) 씨”라며 자신이 좌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10여 명의 보 전 서기 지지자들이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를 들고 나와 시위를 벌이며 “보시라이 만세”를 외쳤다. “보시라이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좌파 성향의 주장이 많았다. 흥분한 일부 시민은 “외국 기자들이 왜 여기에서 취재를 하느냐”며 서양 취재진의 카메라를 뺏으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재판부는 23일 오전에 재판을 속개한다.

지난=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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