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스파이더/ 온 유어 마크
지브리의 수많은 대표작들 중에서도 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꼽는 작품은 길이 7분이 채 안 되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일본 남성듀오 ‘차게 앤드 아스카(CHAGE and ASKA)’가 1995년 발표한 노래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에 지브리의 영상을 입힌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이 굉장했죠. 뮤직비디오란 그저 가수가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에 불과했던 시절의 얘깁니다.
작품 배경은 미래도시. 반군 척결 작전에 투입된 두 경찰관은 날개 달린 한 소녀를 발견하고 연구소로 넘깁니다. 이를 금세 후회하고는 소녀를 구출해 내기로 마음먹고 연구소를 습격합니다. 경찰들은 추격을 뿌리치며 소녀를 차에 태우고 끝없이 달립니다. 지붕이 없는 차에 매달려 있던 소녀는 이내 날개를 펼쳐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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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는 치밀한 묘사로 허구의 세계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극 중 등장하는 자동차나 항공기 묘사도 대단히 사실적입니다. 영상 속 잠시 비칠 뿐인 줄리에타 스파이더는 실제 차를 애니메이션 속에 녹여낸 듯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날개 달린 소녀의 아름다움과 자유를 표현하기에는 최고의 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