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敗者復活)은 따뜻한 느낌이다. 실패한 사람에게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인간적인 단어다. 그 속엔 눈물과 희망이 교차한다. 좌절과 도전이 겹쳐 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메마른 사회보다는 베풀어주는 패자부활이 훨씬 살갑다.
패자부활은 한국 사회의 화두이기도 하다. 벤처기업가가 뜻하지 않게 실패해 영원한 신용불량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단 한번의 실패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패배자가 된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 재기를 위해 신속한 회생절차가 도입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자부활은 주로 스포츠에서 볼 수 있다. 올림픽 종목 중 유도와 레슬링이 대표적이다. 8강 이상 진출해 패한 선수에게 자격을 주거나(유도) 결승 진출자에게 예선에서 패한 선수에게 출전권을 부여하는(레슬링) 방식으로 재차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준다. 4년간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패자부활전은 고맙기 그지없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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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로 눈을 돌려보자.
요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감독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지난 시즌부터 시행된 스플릿시스템이나 강등제 때문에 더욱 냉혹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몇 번의 연패는 곧바로 경질 소문으로 이어진다. 올 시즌은 더 춥다. 지난해 상주상무를 제외한 한 팀만이 강등됐다면 올해는 최대 3개 팀이 2부로 떨어진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중도 경질 또는 시즌 후 성적 때문에 바뀐 경우는 모두 7개 팀이다. 올 시즌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구 당성증 감독과 경남 최진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데 이어 최근 강원 김학범 감독이 물러났다. 벌써 3번째다. 다음 달 상·하위 스플릿이 결정되면 희생양은 더 나올 것이다. 경질의 주된 이유는 성적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배타적인 지역 정서나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 등도 한몫했다. 선수단과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팀 성적을 위해 단기처방으로 감독을 경질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건 구단의 몫이다. 다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새 감독을 뽑는 잣대다.
구단은 분명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변화를 꾀하는데, 과연 새로운 감독이 위기를 극복할만한 경험이나 관록, 능력이 있는 지는 의문이다. 어려운 사정이라면 그걸 돌파할 수 있는 사령탑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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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실패했다고 모두가 무능력한 건 아니다.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그 혜안을 구단이 가져야한다. 패자부활로 감동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그런 감독을 보고 싶다.
스포츠 2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