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금 나와라 뚝딱’서 부잣집 못된 첩으로… 제2전성기 이혜숙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중 ‘청담동 어머니’가 자주 머무는 정원은 평창동에 있다. 13일 평창동 촬영장에서 만난 이혜숙은 “50대가 되면서 배우로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특히 현수의 아버지 박순상(한진희) 사장과 그의 첩(이혜숙, 금보라)은 극 중 분량이 극 초반과 비교해 부쩍 늘었다. 세 사람은 최근 톱스타만 출연한다는 통신사 광고도 찍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를 그대로 패러디한 이 광고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러게, 나도 깜짝 놀랐어요. 요즘엔 나이 때문에 관절염 치료제 같은 광고 제안만 받았는데 통신사 광고라니….”
“작품에 들어가기 전 머리 스타일과 의상부터 목소리 톤을 어떻게 잡을지까지 꼼꼼히 준비하는 편이에요. 부잣집 첩 역할이라도 다 달라요. 이번에 맡은 역은 첩이지만 배운 여자고, 모든 것을 꿰뚫고 있잖아요. 가능한 한 낮은 톤으로 힘을 줘서 얘기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악을 쓰며 고함치는 장면이 많아서 힘이 달려요.(웃음)”
그가 연기하는 ‘청담동 어머니’ 장덕희 여사는 드라마의 ‘악의 축’ 같은 인물이다. 첩이지만 본처 행세를 하는 그는 또 다른 첩(금보라)과 경쟁 관계이자 모든 갈등의 중심에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혜숙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많다. 실감나는 연기 덕에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로부터 “안 그렇게 생겼는데 왜 이렇게 못됐느냐”는 원망도 듣는다. 하지만 그도 20대에는 “대사가 안 된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단다.
“연기 조언을 부탁하는 후배가 많아요. 제가 강조하는 건 딱 하나예요. ‘대사 열 번 볼 거(라면 아예) 백 번 봐라.’ 연기는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답이 없어요. 더불어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죠. ‘예쁜 모습’만 유지하려고 하면 연기가 안 늘어요.”
다시 방송에 복귀했을 때 주어진 배역은 ‘엄마’ 역뿐이었다.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세상에는 정말 무수한 유형의 엄마가 있거든요. 주변에선 ‘저런 역을 왜 하지’ 싶은 배역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밤새워 대본을 외우면서 이전의 나를 버리는 훈련을 한 것 같아요. 저는 그때가 배우로서 제대로 성장한 시기라고 봐요.”
최근 50세를 넘기며 심한 갱년기 후유증을 앓았다는 그는 ‘금뚝딱’ 덕분에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고 했다. 50부작인 ‘금뚝딱’이 막바지 촬영에 접어들면서 벌써 차기 작품을 고려중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연기자로 사는 게 얼마나 복 받은 건지 실감한다”고 말했다.
“새 대본 받을 때면 신인이 된 것처럼 설레요. 50대 배우로서 40대 때와 또 다른 변신을 하게 될 텐데,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저 역시 궁금해요.(웃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