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에 사는 이 모(37) 씨는 지난 2월 폴크스바겐 CC 2.0TDI 4모션 모델을 구입했다. 차량을 인도받은 날 이 씨는 차량 앞 보닛과 뒤 범퍼의 하단 코팅이 벗겨져 있는 등 군데군데 도색 불량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문제의 차량은 국내 입고 후 PDI센터에서 최종 점검 시 하자가 발견돼 추가 도색작업을 마치고 이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PDI(Pre-Delivery Inspection)는 '배송 전 검사'란 뜻으로 PDI센터는 항구에 도착한 수입차를 보관 및 점검을 하는 장소를 말한다.
이처럼 수입완성차업체들은 긴 운송기간 중 하자가 발생한 차를 국내에서 다시 도색한 뒤 아무런 통보 없이 소비자에게 인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이 같은 피해로 자체 소비자고발센터에 지난해만 20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재도색의 경우 사고나 고장 때문에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된 하자 포함) 차량 인수 후 7일 이내 이의를 제기하면 보상 또는 무상수리, 차량교환, 구입가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판금 재도색 작업을 할 경우 열처리나 광택 부분이 자외선이나 대기 중 오염물질과 지속적으로 접촉되면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표시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재도색 부분이 드러난 차량은 보기도 싫지만 ‘사고차’로 판정 받아 가치까지 떨어진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판금 및 재도색 차량 판매 시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이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있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고지 의무를 포함하는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공정과정이라면서 운송 중 불량이 발생한 차를 재도색을 하는 것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재도색한 차량에 대해서는 반드시 판매 전 소비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