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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붕장어

입력 | 2013-08-13 03:00:00

양식도 안 되고 중국산도 없다, 여름에 더 맛있는 바다 보양식



붕장어를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인 소금구이(위)와 충남 태안 일대에서 주로 해먹는 전골.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여름철 보양식으로 ‘육군’(육지의 동물을 의미)에 삼계탕이 있다면 ‘해군’(어패류)에는 장어가 손꼽힌다. 그중 민물장어는 대부분이 양식인 데다 중국산이 많아 꺼림칙할 때가 많다. 그러나 흔히 ‘아나고’로 불리는 붕장어는 생물일 경우 모두 ‘토종’이다.

10일 오후 4시경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방포항. 광진호 선주 전호상 씨(60)는 선상에서 통발을 손질하며 “붕장어는 1년 내내 잡히지만 산란기를 앞둔 6∼8월이 가장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장어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흔히 ‘장어’라고 부르는 건 민물장어다. ‘꼼장어’는 먹장어, ‘아나고’는 붕장어다. 그리고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가 있다. ‘아나고, 하모’는 일본말이다. 먹장어는 부산, 붕장어는 서해안, 갯장어는 전남 여수 일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잡히는 편이다.

붕장어는 요즘 서해안 어디를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붕장어는 낮에는 해초 가운데서 자고 밤에만 활동하는 습성이 있어 어민들은 밤마다 바다로 나간다. 최근 가격(산지 수협매장 기준)은 kg당 2만8000∼3만2000원 선.

붕장어의 대표적인 요리법은 소금구이다.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부드러운 첫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입안 전체로 퍼진다. 생마늘과 고추, 깻잎, 상추 등으로 싸서 먹기도 하지만 양념이 지나치게 많으면 붕장어의 제 맛을 느끼기 어렵다. 회로 먹기도 하고 각종 채소와 버무린 회무침도 인기 있다.

태안 일대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요리법도 있다. ‘붕장어 전골.’ 매운탕과 볶음의 중간 정도로 고추 깻잎 파 양파 고추장 등을 자글자글 끓이는 것이다. 이 일대에서는 호박 대신 감자를 넣는다. 30년 전 태안으로 시집올 때부터 붕장어 전골을 요리했다는 김충자 씨(55·태안군 안면읍)는 “감자를 넣으면 전분 성분이 국물에 퍼지면서 걸쭉하고 구수한 맛을 더한다. 술안주로는 붕장어 전골이 최고”라고 소개했다.

이 마을 주민 진광열 씨(60)는 “낚시로 잡는 붕장어가 그물로 잡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며 “어민들은 여름을 붕장어로 이겨낸다”고 했다.

이들 장어는 모두 바다에서 산다. 민물장어만 치어 때 민물로 거슬러 올라온 뒤 산란기에 열대바다로 내려가는 특성이 있다. 인공부화가 안 돼 실처럼 가늘고 투명한 새끼(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한다. 민물에 서식할 때 잡히기 때문에 민물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일반인이 장어의 종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바닷장어(붕장어 먹장어 갯장어)는 이빨이 굵고 잔뼈가 많으며 입이 길게 나와 있다. 반면 민물장어는 몸이 통통하고 색깔도 검은색에 가깝다. 붕장어는 몸통 흰 점선이 뚜렷한 편이고 먹장어는 점선이 희미하고 작다. 갯장어는 입이 가장 뾰족하고 성질이 난폭하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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