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검토”… 취득세 인하 따른 지방재정 손실 보전
정부가 주택 보유자에게 매년 부과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는 대신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매기는 양도소득세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달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 인하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집을 보유하거나 매도할 때 내는 세금도 함께 개편키로 해 부동산 세제의 큰 틀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취득세율 인하 방안을 이른 시일에 확정하고, 재산세와 종부세 같은 보유세제 개편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 지방세인 취득세의 세율을 현행 2∼4%에서 1∼2% 선으로 내리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 세수(稅收)가 부족해지는데, 이를 메우려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재산세와 중앙정부가 걷어 전액 지방에 주는 종부세를 늘리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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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당국자는 “주택 거래세와 보유세율이 비정상적으로 큰 차를 보이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취지”라며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손실을 재산세와 종부세만으로 보전하는 게 아니므로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60%를 양도소득세로 매기는 징벌적 세율을 6∼38%의 일반 세율로 바꿀 계획이다. 이런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성과가 없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선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폐지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내놓은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해 ‘보유 과세 증대, 거래 과세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 집 가진 노년층-하우스푸어 稅부담 늘 수도 ▼
정부 방침대로 부동산 세제가 개편되면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과정에서 내는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 수도권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시가표준액 기준 3억 원짜리 집을 사면 이 가격의 2%인 600만 원을 취득세로 내고, 집을 산 뒤 보유 기간에 매년 재산세로 27만 원을 낸다. 향후 취득세율이 1%로 낮아지면 취득세는 3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재산세율이 지금의 1.5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면 재산세액 자체는 40만 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 6억 원이 넘는 주택에만 부과하는 종부세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소폭 오를 개연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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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방향성은 맞지만 침체된 주택 시장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구조가 지나치게 취득세 의존적이었다는 점에서 거래세를 내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세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는 악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소유를 ‘짐’으로 생각할 정도로 보유 메리트가 떨어진 상황인데 보유세를 높이면 매물 증가로 주택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나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년층 주택 소유자,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불황기에 보유세 인상을 시도했다가 조세 저항에 부닥쳐 포기한 적이 있다”며 “부동산 보유 의지를 더 꺾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와 민간 임대 공급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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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홍수용·박재명 기자·이태훈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