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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없이 신뢰없다” 靑참모 절반 물갈이

입력 | 2013-08-06 03:00:00

잘 안바꾸는 스타일 깨고 문책 단행… 취임 5개월만에 靑 2기 ‘국정 고삐’
74세 실장-외교관 출신 정무수석… “꼬인 정국 풀어낼지 불투명” 지적




민주 천막당사 찾아간 신임 靑실장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가 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천막당사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청와대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영수회담 제안에 박근혜 대통령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공식 복귀하자마자 대통령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5개월 만에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4명을 바꾸는, 예상 밖의 큰 규모였다. 청와대 2기 출범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정무수석비서관에 박준우 전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했다.

이날부터 휴가였던 한 대통령수석비서관은 인선 발표 소식을 듣고 놀라서 청와대로 뛰어나왔다. 그만큼 청와대 고위직들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였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청와대 개편을 구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0일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오찬에서 “전문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있다”고 했을 때 이미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비서실장 교체를 포함한 청와대 개편 구상의 큰 골격이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초부터 공석이던 후임 정무수석을 고민하다 자연스레 청와대 진용 개편으로 옮아갔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본보 7월 19일자 A6면 대통령 ‘人事’ 언급에… 靑은 술렁

이번 청와대 개편은 한번 쓴 사람은 잘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평소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건 취임 첫해 후반기에 강하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서실장과 미래수석 외엔 대통령과 별 인연이 없던 사람”이라며 “인선 시기와 인재풀 모두 대통령 스타일과 맞지 않는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취임 첫해 추동력이 있을 때 일을 치고 나가야 되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 제동이 걸리면 그 일을 못 하게 된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선이 사실상 경질성으로 단행됐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는 공직사회 전반을 향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경질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는 의미도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교체된 최성재, 최순홍 전 수석은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이라며 “노력을 해도 성과가 없으면 변명이 안 된다는 대통령의 평소 말 속에 교체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개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내각이 청와대보다 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하반기 개각 요소가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비서실장과 수석 인사에 이어 일부 비서관 교체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사 타이밍은 절묘했으나 인선 내용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장 만 74세의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과거 경력뿐 아니라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가 부각되면서 대통령 주변의 ‘올드’한 이미지가 되살아났다. 외교 공무원 출신의 정무수석 임명을 놓고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잔뜩 꼬여 있는 정국을 풀기에는 위험한 실험이라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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