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구속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7월 CJ그룹으로부터 30만 달러와 4000만 원 상당의 고급시계(스위스 브랜드인 프랭크뮬러)를 받았다고 검찰에 실토했다. 당시 환율(2006년 7월 31일 달러당 953.1원)로 따지면 2억8593만 원으로 시계 값까지 합치면 3억2593만 원이다. 이 금품을 전 전 청장에게 배달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당시 납세지원국장)이 별도로 받은 3000만 원짜리 고급시계를 포함하면 두 사람이 받은 뇌물 총액은 확인된 것만 3억5593만 원이다. 이런 거액이 그저 ‘취임축하금’이라니 놀랄 따름이다.
국세청은 같은 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 원의 탈세를 확인하고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고 조사를 끝냈다. CJ그룹이 국세청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준 뇌물 액수와 탈세 규모를 비교해 보면 약 1000배 효과를 본 것이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서민으로선 참으로 허탈하기 짝이 없는 ‘뇌물의 경제학’이다. 뇌물 효과가 이렇게 큰데 어느 대기업이 국세청 간부들에게 돈가방을 건네려 하지 않겠는가. CJ그룹이 3억 원을 건넸다면 다른 대기업들은 가만히 있었을지 궁금하다.
전 전 청장은 검찰 수사에서 30만 달러와 고급시계는 국세청장 취임축하금일 뿐이고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 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량을 줄이려고 손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3억5593만 원 뇌물로 1000배나 되는 3560억 원을 탈세했다는 검찰의 판단이 맞다면 나라 곳간에 쌓여야 할 거액의 세금이 국세청장의 쌈짓돈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세금을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매겨 국고를 채워야 할 세리(稅吏)들의 우두머리부터 자기 호주머니만 불리고 나라 살림에 구멍을 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