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꽃뱀’ 주장 확인없이 공개… ‘우발적 범행’ 결론 움직임유족들 “범인 말만 듣는다” 반발… 군산경찰서장 직위해제 조치
전북 군산 경찰관의 여성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이 여성이 임신한 뒤 거액을 요구했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확인 없이 공개하고, 이번 사건을 돈 요구로 인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으로 몰고 가는 등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군산경찰서는 “범인 정완근 경사(40)는 ‘22일 수표 400만 원과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해 이 중 300만 원을 위자료로 주려 했으나 24일 만난 이모 씨(39)가 더 많은 돈을 요구해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초동 수사를 허술하게 한 경찰이 숨진 이 씨를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꽃뱀’처럼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씨 가족은 “경찰이 정 경사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있다. 정 경사는 임신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정 경사에게 요구한 금액은 낙태 비용 등 80만 원과 약값 40만 원 등 120만 원을 요구했고 정 경사도 그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미온적인 대처로 질타를 받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7월 25일 유력한 용의자인 정 경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정 경사가 “영장도 없이 왜 자정이 넘도록 조사를 하느냐”며 항의하자 그냥 풀어줘 버렸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광고 로드중
경찰은 “이 씨를 부검했지만 부패가 심해 임신 여부를 밝혀낼 수 없었다. 이 씨가 지인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에 ‘7월 11일 생리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임신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