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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길진균]“권성동, 野 너무 밀어붙여…” 與지도부 고민

입력 | 2013-08-02 03:00:00


길진균 정치부 기자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과 동시에 국정조사는 무효화됐다”며 “낮 12시까지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후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당 지도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의 입장은 며칠 더 시간을 갖자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권 의원의 이날 ‘국정조사 무효화’ 발언은 당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발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인들에 대한 강제 동행명령 사전 합의에 대해서도 윤 부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놨지만 권 의원은 여전히 동행명령에 대해 “완전 억지 주장이다”며 “우리가 독재국가냐”고 ‘초법적 발상’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민주당과의 협상 창구인 권 의원이 주도한 ‘강 대 강’ 전술에 대해 당 일각에선 “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45일 동안 활동하는 특위가 국정조사로 이름을 붙일 만한 활동을 한 것은 이틀간 이어진 법무부와 경찰청의 기관보고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처음 실시되는 국조를 앞두고 여야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내걸었다. 국조특위 활동은 15일까지로 돼 있지만 증인 채택 문제로 시간은 종점을 향해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정치권의 자폭”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은 야당의 체면을 고려하고 퇴로를 염두에 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야당을 궁지로 몰아붙이는, 정치가 아닌 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법리와 득실만 따지다 정치를 잃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길진균 정치부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