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티시 여자오픈 1일 티오프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 여제’ 박인비가 31일(한국 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프로암대회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녀 골프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게 된다. KB금융그룹 제공
그런 최경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벙커가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7번홀 그린 옆에 자리 잡은 ‘로드 홀 벙커(Road Hole Bunker)’다. 높이가 2m 정도인 전형적인 항아리 벙커다. 2005년 브리티시오픈(공식명 디오픈)에서 최경주는 세 번의 샷을 하고 나서야 이 벙커를 겨우 빠져 나왔다. 그는 이 홀에서만 5타를 잃었다.
1978년 디오픈에서 선두를 달리던 토미 나카지마(일본)는 이 벙커를 탈출하는 데만 4타를 소비했고, 결국 이 홀에서 5타를 잃었다. 선두권에서 밀려난 것은 당연했다. 이후 이 벙커는 ‘나카지마 벙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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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50여 개 골프장을 설계한 골프장 디자이너 송호 씨는 “전략을 갖고 임해야 되는 홀이다. 드라이버샷은 페이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로 치고, 우드로 치는 세컨드샷은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를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샷은 또 올드 코스 호텔을 가로 질러 넘겨야 한다.
최종일에는 이 홀의 핀이 벙커 뒤에 꽂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어려움은 더 커진다. 그린 폭이 14m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져 있어 잘 친 것처럼 보이는 샷도 자석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벙커에 빠지곤 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2000년 디오픈을 앞두고 이 홀에 대한 공략법을 소개했다. 근본 원칙은 버디는 아예 생각지 말고 파를 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컨드샷을 일부러 짧게 쳐 그린 앞에서 어프로치로 공을 홀에 붙이거나, 아예 길게 쳐 벙커를 넘긴 다음에 그린 뒤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공을 높게 띄워 핀을 직접 공략할 수도 있지만 공이 벙커에 빠지거나 도로까지 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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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1일 오후 3시 3분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 조디 섀도프(잉글랜드)와 티오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