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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콘서트보다 뜨거웠던 ‘코파카바나 미사’

입력 | 2013-07-30 03:00:00

프란치스코 교황, 브라질서 가톨릭 부활 희망 쏘다




‘어떤 록 가수의 콘서트 현장보다 뜨거웠다.’

23일 개막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의 폐막 미사가 28일 오전 10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렸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 등 휴양객들로 붐비는 평소와 달리 이날 이곳은 사제복 차림의 신부와 수녀, 그리고 젊은 가톨릭 신자로 가득했다. 4km가 넘는 흰 모래 해변은 300만 명이 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사를 집전했을 때 약 500만 명이 집결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참가자 대부분은 전날 밤 열린 미사에 참석한 뒤 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며 교황을 기다렸다. 노숙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젊은이들은 얼굴에 자국 국기를 그린 채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거나 자국어로 성가를 흥얼거렸다. 신부와 수녀들도 엄숙함을 벗고 맨발로 해변에 들어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물장구를 쳤다. 미사 시작 전에는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특정 시간에 모여 약속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것) 형식의 댄스 공연도 펼쳐졌다.

이라크에서 온 대학생 와엘 사미 씨(22)는 “세계 곳곳을 다녀봤지만 오늘만큼 심장이 두근거리는 축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2006년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이곳을 찾아 공연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군중이 모였다”고 전했다.

폐막 미사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흰색의 교황전용 차량인 ‘포프모빌’이 등장하자 신자들은 일제히 ‘교황 만세’를 외쳤다.

“교회는 여러분 젊은이들을 필요로 한다. 젊은이들 특유의 정열과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연단에 오른 교황이 엄청난 인파를 굽어보면서 이렇게 당부하자 열띤 환호가 이어졌다. ‘빈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해온 교황은 가톨릭이 직면한 신도 이탈 현상을 ‘엑소더스’라고 표현하며 “교회도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날 교황은 브라질 주교들과 만나 계속된 반정부 시위를 의식한 듯 “이기심과 부패가 가득한 정치에 수많은 청년이 믿음을 잃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가톨릭 최대 신자 보유국’(1억6478만 명·2011년 기준)인 브라질에 온 교황은 특유의 겸손함과 소탈함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는 방탄차가 아닌 안이 훤히 보이는 차를 타고 다니고 신자들이 건네는 전통차를 스스럼없이 받아마셨다. 현지어로 신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격식보다 즐거움을 앞세우는 남미식 가톨릭에 동화한 모습도 높은 점수를 샀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은 웃고 노래하는 브라질식 가톨릭에 완벽히 젖어든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문이 위축된 가톨릭 부흥의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두 보프 씨는 “교황은 그들만의 성에 갇힌 가톨릭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톨릭이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부에노스아이레스대 포투나투 말리마시 교수는 “형식에선 유연해졌지만 여성 사제의 지위와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한 교황의 인식은 전임자와 다를 게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교황은 엿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8일 로마로 돌아갔다.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2, 3년마다 열리며 다음 대회는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개최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