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집중호우로 북한의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유엔 조사팀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1만1000채가 넘는 가옥이 무너지고 2만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평안남도 안주시는 청천강이 범람해 80%가 물에 잠겼다고 한다. 평안북도 박천군과 태천군의 피해도 심각하다. 논과 밭이 침수되고 수만 마리의 가축이 물에 떠내려가 식량과 식수마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듬해인 1995년에 대홍수가 발생했고 그 후에도 거의 매년 홍수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의 산들은 나무가 없고 계단식 다락밭이 많아 비가 조금만 내려도 빗물과 함께 토사가 휩쓸려 내려간다. 하천 정비와 하수도 사업도 제대로 하지 못해 물난리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치수(治水)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다.
최근 남한에도 장마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가며 최대 300mm가 넘는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비의 총량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는 홍수 위험을 높였다. 22, 23일 중부지방 호우로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택 수백 채가 물에 잠겼다. 이와 관련해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어제 “4대강 효과로 홍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군은 2006년 하루 260mm의 비에 984ha가 침수됐으나 올해는 361mm 비에 침수 피해는 절반 정도인 510ha에 그쳤다고 했다. 4대강의 지천까지 정비를 마쳤더라면 비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치수는 예로부터 국가 운영의 근본이다. 네덜란드 등 물 관리 선진국들은 수백 년을 내다보는 치수 정책을 편다. 4대강을 둘러싸고 정쟁(政爭)을 벌일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사와 수질 정화, 지천 정비 등 미래를 내다보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