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에 강했다. 28일 잠실 한일전은 다시 한 번 그의 명성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24일 중국전을 지휘하는 모습. 화성|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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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한일전 그의 승부수는?
5년간 J리거 활동…일본통으로 유명
현역시절 일본과 A매치 딱 한번만 져
런던올림픽 일본전 거친 몸싸움 주문
감독 데뷔 후 3승2무1패 절대적 강세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을 하루 앞둔 2012년 8월10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은 일본의 전력분석을 위한 선수단 미팅 도중 갑자기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그 동영상은 일본-멕시코의 경기였다. 양 팀 공중 볼 경합 장면에서 영상이 멈추자 선수들은 멍하니 홍 감독을 바라봤다. “저럴 때는 그냥 부숴버려!” 뜻밖의 한 마디에 선수단은 숙연해졌다.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알고, 누구보다 일본에 지기 싫어하는 홍 감독의 뜻대로 한국은 다음 날 일본전에서 평소와 전혀 다른 거친 플레이를 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후 1년이 흘렀다. 신분이 바뀌었다. 위기에 몰린 한국 축구를 위해 나선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맞는 한일전이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2013동아시안컵 최종전이다. 모든 걸 불문하고 이겨야 할 운명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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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에 지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일본과 8차례 A매치에서 딱 한 번 졌다. 1993년 10월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은 일본에 0-1로 져 벼랑 끝에 몰렸다. 대회 최종일, 이라크의 극적인 도움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도하의 기적’에 취해 있을 때 홍 감독은 “앞으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다짐했다. 은퇴까지 건 약속은 지켜졌다. 그 선언 후 A매치에서 4승1무다. 선수시절 총 전적은 5승2무1패.
‘지도자’ 홍명보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코치와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이 된 이후 3승2무1패를 했다. 유일한 패배는 올림픽호 출범 경기였던 2009년 12월(1-2 패) 친선전이었다. 올림픽 본선 마지막 승부에서 빚을 갚았으니 진짜 승자는 홍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일본통’이다. 일본 코칭스태프가 내리는 지시와 주문을 모조리 파악할 정도로 일본 성향을 잘 안다. 런던올림픽 때도 일본 세키즈카 다카시 감독의 외침을 체크해 선수들에게 일러줬다. 벨마레 히라츠카(현 쇼난·1997∼1998), 가시와 레이솔(1999∼2002)을 거치며 보낸 5년여 간의 J리그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언어와 문화, 축구를 꿰뚫었다. 세계 축구는 계속 발전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틀이 있다. 홍 감독은 가시와 시절인 2000시즌 J리그 사상 첫 외국인 주장이 됐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탑에 올랐을 때 일본이 긴장한 이유다. 그들에게 홍 감독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는 동아시안컵 취재를 위해 방한한 일본 기자들로부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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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