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 경쟁에서 가족경영 막내려… 럭셔리 업계선 ‘코리아’ 자체가 트렌드”
에리크 랑공 ‘소니아 리키엘’ 사장.
소니아 리키엘은 지난해 1월 큰 전환점을 맞았다. 홍콩의 대형 투자회사 ‘펑 브랜즈’가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가족 경영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수 후 이 브랜드의 사령탑을 맡은 에리크 랑공 사장(41·프랑스 출신)이 최근 방한했다.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매장에서 만난 그는 “소니아 리키엘은 명성과 인지도가 높았지만 가족 경영의 한계 때문에 경영 성과가 뛰어나지는 않았다”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 소니아 리키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소니아 리키엘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럭셔리 그룹들의 인수합병(M&A) 대상에 올라 있었다. 많은 업체가 공을 들였지만 결국 의외의 승리는 홍콩의 펑 브랜즈에 돌아갔다. 펑 브랜즈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지분 20%를 리키엘 가문이 그대로 유지하게 해 인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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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잇(it)백’이라 할 수 있는 인기 핸드백 제품을 내놓고, 세컨드 라인이었던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을 독자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미우미우’와 ‘루이뷔통’ 등에서 경력을 쌓은 아트 디렉터, 제랄도 다 콘세이사오 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콘세이사오 씨는 이번 서울 방문에도 동행했다.
한편 랑공 사장은 최근 한국이 문화, 유통, 패션 등 프랑스 럭셔리 업계에서 ‘핫 이슈’로 꼽힌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은 프랑스에서 문화, 패션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가장 트렌드에 앞선 나라로 통합니다. 럭셔리 업계에선 이미 ‘코리아’ 자체가 트렌드란 말이 있습니다.”
그는 아시아계 자본이 유서 깊은 유럽의 럭셔리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브랜드 인수에 관심이 높다고 하자 크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랑공 사장은 이와 관련해 “럭셔리야말로 ‘글로벌’이 화두인 영역”이라며 “이제는 누가 브랜드를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