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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산당, 민주 빈자리 꿰찼다

입력 | 2013-07-23 03:00:00

자민당과 대립각… 12년만에 첫 지역구 당선자 배출
■ 참의원 선거 의석수 6석→11석




공산당 돌풍 주역의 만세 삼창 도쿄 도에서 참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기라 요시코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1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와세다대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인쇄회사에서 근무한 뒤 참의원 의원의 비서를 지낸 그는 정치 신인이지만 ‘공산당 돌풍’에 힘입어 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아사히신문 제공

“만세! 만세! 만세∼!”

21일 밤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의 기라 요시코(吉良佳子·30·여) 공산당 참의원 후보 사무실에서 만세 삼창이 울려 퍼졌다. 5명의 참의원 의원을 뽑는 도쿄 도 선거구에서 정치 신인 기라 씨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의 당선은 공산당 내에서도 큰 의미가 더해졌다. 공산당은 2001년 이후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 정당별 득표율을 따지는 비례대표 덕분에 가까스로 참의원 의석을 유지해 왔다. 그런 공산당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낸 것이다. 일본유신회가 기반을 둔 오사카(大阪) 시에서도 다쓰미 고타로(辰巳孝太郞·36) 공산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공산당 후보 63명 가운데 8명이 당선됐다. 신규 당선자 수로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춘 일본유신회,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받는 다함께당과 같았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공산당이 획득한 득표율은 9.7%로 자민당(34.7%), 공명당(14.2%), 민주당(13.4%), 일본유신회(11.9%)에 이어 5위였다.

공산당 참의원 의석은 기존 6석에서 11석으로 늘었다. 지난달 도쿄 도 지방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의석을 2배 이상(8→17석)으로 확보한 공산당이 전국 선거에서도 의석을 거의 2배로 늘린 것이다.

10석을 넘긴 의석수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당 대표가 총리를 상대로 일대일 토론을 하는 당수 토론을 할 수 있다. 11석 이상이면 법안을 제출하는 의안제안권도 가질 수 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21일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민당이 다수 의석을 갖는 데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자민당과) 당당히 대결할 수 있는 공산당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돌풍은 ‘자민-공산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전략을 확실하게 밀어붙인 덕분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우지 못해 생긴 빈자리를 공산당이 꿰찬 것이다. 공산당은 아베노믹스, 원전, 헌법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정책에서 일일이 자민당과 맞붙었다.

시이 위원장은 참의원 선거 중 “아베노믹스에 국민의 소득을 늘리는 화살은 없다.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독화살일 뿐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국민의 뇌리에 자민당의 대척점으로 공산당이 자리 잡은 셈이다.

북한이나 중국의 공산당과 달리 ‘온건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 거부감을 줄였다. 1922년에 창립한 일본 공산당은 사유재산을 인정한다. 현 단계에서 필요한 변화도 사회주의 변혁이 아닌 ‘민주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 인식으로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한다. 또 전통적으로 한일 관계를 중시했다.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공산당 의원 등은 2011년 조선왕실의궤의 한국 반환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에 1996년 창당 이래 최악의 의석수인 17석 확보에 그친 민주당은 당 해체 수준의 위기에 몰렸다.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31곳의 1인 선거구(지역구)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물론이고 5명을 뽑는 도쿄 도에서 한 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제2당의 몰락은 일본의 전통적인 양대 정당 구도를 무너뜨리고 자민당 독주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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