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인 교수 ‘율곡의 눈’으로 풀어 설명
대동사회가 으뜸가는 최선의 사회라면 소강사회는 버금가는 차선의 사회다. 중국 대륙을 공산화한 마오쩌둥(毛澤東)이 그 이상향을 대동사회로 포장했다면 자본주의적 개혁을 도입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이를 보다 현실화한 소강사회로 선전했다.
하지만 소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띨 때가 많다. ‘혼란이 그치고 조금 잠잠한 상태’를 소강상태라고 할 때가 그러하다. 유교적 이상향으로 대동사회만을 꿈꿨던 조선시대 이상주의의 산물로, 조선시대엔 다소 이런 부정적 의미의 소강을 소강(少康)으로도 표기했다는 것이 한문학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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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율곡의 ‘성학집요’에 등장하는 대동 개념은 전통적 대동 개념은 물론이고 인간 사이에 삼강오륜의 질서를 세우는 소강(小康)의 개념까지 포괄한다.
하지만 율곡 자신은 소강(小康)이란 표현은 한번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소강(少康)이란 표현을 10여 차례 썼는데 뜻이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백성이 ‘다소 강안(康安)함을 느끼는 상태’, 둘째는 중국 하나라를 중흥시킨 6대 군주의 이름, 셋째는 패도정치의 와중에서 빼어난 군주가 ‘그나마 볼만한 정치’를 이룬 상태란 뜻이다.
강 교수는 “동시대 현실을 경장(更張)하려 했던 율곡이 기존 유가의 주요 개념마저 혁신했지만 당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며 “현실의 경장 못지않게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의 경장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