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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면 일으켜 주고… 그라운드서 남북은 하나

입력 | 2013-07-22 03:00:00

동아시안컵 축구 여자부
FIFA 랭킹 9위 북한 한수 위 기량… 16위 한국, 선제골 불구 1-2 역전패




“소연아 괜찮니” 北 김남희의 마사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3 동아시안컵 여자부 경기에서 후반 35분 한국의 지소연이 다리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북한의 김남희(왼쪽)가 한국의 박희영과 함께 근육을 풀어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 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후반 35분 한국의 지소연(고베)이 골문 앞에서 다리 근육 경련으로 쓰러지자 북한의 김남희(4.25)가 다가와 풀어줬다. 남북의 정치는 냉랭하게 흘러갔지만 양 팀 선수들은 상대가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내내 스포츠맨십이 넘쳐났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3 동아시안컵 여자부 경기는 스포츠에서는 남북이 ‘하나’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동아시안컵 이후 처음. 특히 2009년 4월 한국 축구대표팀과 북한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1-0·승) 이후 북한 스포츠 팀의 방문도 4년 만이다.

최근 냉각된 남북 관계를 반영하듯 이날 경기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30여 명의 해외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았다. 30여 명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응원단은 별다른 응원 없이 조용히 경기를 관전했다. 100여 명의 6·15공동실천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도 경기장을 찾아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 피켓을 들고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랜만의 ‘남북 대결’ 탓에 축구 외적인 요소들이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서도 남과 북은 그라운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랭킹 9위인 북한은 허은별(4.25)의 2골을 앞세워 한국(16위)을 2-1로 꺾었다.

선제골은 한국이 먼저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26분 지소연이 상대 수비 두 명을 앞에 두고 찬 슛이 수비수를 맞고 흐르자 김수연(스포츠토토)이 그대로 차 골 망을 갈랐다. 하지만 북한의 반격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전반 36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허은별(4.25)이 골을 터뜨렸고 2분 뒤 다시 허은별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몸을 날려 헤딩슛 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바로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누빈 11명이 손을 맞잡고 경기장 4면을 모두 돌며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경기장을 찾은 6530명의 팬들은 박수로 북한의 승리를 축하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