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은 지난해 모범납세 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세무조사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최근 세무당국이 들이닥쳐 샅샅이 조사한 뒤 5000만 원의 추가 세금을 매겼다. 그러고도 “목표치에 미달하니 조금 더 내 달라”며 기업 측에 사정을 했다. 이 회사 사장은 “사업을 오래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황당해했다. B기업은 몇 달 사이 사정기관 네 곳으로부터 잇달아 조사를 받았다. 툭하면 조사원들이 들이닥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C기업은 원자재 수입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의 지나친 ‘기업 때리기’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방위 세무조사와 검찰수사가 벌어지다 보니 여권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주 “수술할 때 잘못해 (환부가 아닌) 주변 부위까지 도려내듯 한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기업은 때릴수록 밖으로 나간다”며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탈루 의혹이 있으면 세무조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조사 강도가 높아진 것은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세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인력 400명을 증원했으며, 관세청도 정기 세무조사 대상 업체를 지난해 80개에서 130개로 늘렸다. 경제난 속에서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는커녕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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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의 칼끝이 춤추다 보니 기업들은 장기 전략을 세우고 사업에 열중하기보다 당국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많아졌다. 기업들은 상황이 불안하면 해외로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기업을 쥐어짜서 세수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뛰도록 해줘야 나라 곳간이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