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포조선소 사고예방교육 현장영정사진 찍고… 유언장 쓰고… 5분간 棺속에 누워보고…
대우조선해양의 안전사고 예방프로그램인 ‘새생명체험 교육’ 참가자들이 입관 체험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무재해 달성에 힘쓴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1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직원교육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근로자 60여 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관을 바라봤다. 이들은 차례로 관 속에 3∼5분간 들어가는 임종체험을 했다. 촛불에 비친 자신의 영정사진을 본 직원들의 얼굴에는 숙연함이 가득했다.
이곳은 대우조선해양이 현장 안전수칙을 위반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새생명체험교육’ 현장이다. 잠시 안전모를 쓰지 않았거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들키는 등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까지 이날 교육을 받았다. 큰 사고는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광고 로드중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는 무거운 자리지만 교육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비교적 좋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나의 부주의가 동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며 “교육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컨테이너선 조립 과정에서 떨어지는 선박블록에 맞거나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생겼다. 산업재해로만 직원 3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회사는 ‘죽음의 작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노동단체는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잇단 사고는 회사로서도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회사는 3월부터 안전수칙 위반자뿐 아니라 현장 관리감독과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새생명체험교육을 받게 했다. 최근까지 관리자급 임직원 100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새생명체험교육은 20여 년간 발생한 전체 사망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만든 ‘12대 안전수칙’을 기반으로 한다. 수칙은 작업 시 안전벨트를 맨다거나 조업 중인 선박이나 자재 아래에 출입을 금지하는 등 기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수칙만 제대로 지켜도 심각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근로자와 회사 모두에 가장 좋은 건 다치지 않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은 여전히 안전사고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선박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조업을 무리하게 해도 사고가 생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새로운 공법이나 환경에 걸맞은 안전 설비와 시설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