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약한 언니 말고 나에게 이식기회 왔을때,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울부짖었어요아빠, 포기 말고 조금만 참아요...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 대상
지난해 가을 간이식 수술 뒤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 전정수 씨와 딸 미화 씨. 딸의 간절한 소망대로 아버지가 꼭 건강을 되찾길 기원한다. 전미화 씨 제공
급성 간경변증에 걸린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고 아버지의 투병을 응원한 막내딸의 편지가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편지쓰기대회’에서 대상(일반부)을 탔다. 아버지는 36년간 줄곧 나라를 지킨 강인한 군인이며, 막내딸 역시 그 뒤를 따른 여군이다.
주인공은 강원 원주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중사로 복무 중인 전미화 씨(33). 전 씨는 지난해 여름을 ‘하루 종일 갑갑한 전투화를 신고 있어 누구보다 더위를 타지만 땀방울보다 눈물방울을 더 많이 흘렸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전 씨는 일기장에 적고 또 적었다. ‘아빠, 아빠는 꼭 제가 살릴 테니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살릴게요….’ 아버지는 “딸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이쯤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며 딸의 입에서 이식이라는 말조차 못 꺼내게 했지만 전 씨는 언니와 함께 몰래 간 이식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밥을 먹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TV에서 개그 프로를 보다가도 눈물이 쏟아졌다’.
전 씨는 매일같이 ‘제발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몸이 약한 언니에게는 돌봐야 할 자녀가 있었다. 그렇게 보름 뒤, 전 씨는 업무 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울었다. 아버지와 혈액형도 다르고 간의 크기도 작지만 이식을 할 수 있다고, 기적 같은 조건이라는 소식이었다.
전 씨는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또 화도 낸 끝에 한 달 만에 이식 허락을 받아냈다. 강인한 군인으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아버지는 딸의 부탁을 받아들이며 목 놓아 울었다. 그렇게 2012년 9월 14일, 딸과 아버지는 각각 13시간과 18시간이라는 긴 수술을 받았다. 전 씨는 ‘나의 간 65%가 아빠의 몸 안에 자리 잡고 그렇게 다시 새로운 생명의 기회가 열린 게 감사하고 신기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재 전 씨의 아버지는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수술 6개월 만에 대장, 간, 폐에서 암이 발병해 투병 중이다.
전 씨를 포함해 14만8000여 명이 응모한 이번 편지쓰기대회에서는 전 씨 외에도 왕지현 양(저학년부·대구 대성초교), 진수정 양(고학년부·강원 주문초교), 홍유정 양(중등부·부산 덕천여중), 박준영 군(고등부·성남 보평고)이 대상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는다. 시상식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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