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 ‘학교 숲’ 프로젝트로 확 바뀐 서울 면목고
박재식 삼성화재 FP센터 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면목고 안에 있는 학교숲에서 금융 분야 직업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 제공
“쳐다보기도 싫고 지나가기도 싫었죠. 괜히 마음마저 황폐해지는 것 같아서.”
16일 면목고 분필터에서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삼성화재 FP센터의 박재식 팀장은 면목고 학생들을 상대로 금융 시장과 금융 분야 직업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박 팀장의 말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 뒤로는 야생화 밭이 펼쳐져 있었다. 비비추 범부채 한라구절초 벌개미취 등 이름도 신기한 야생화들. 야생화 위로는 나무들이 줄을 맞춰 하늘을 바라봤다. 산딸나무 매화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가 내뿜는 바람은 어느새 분필 가루를 날려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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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 어떤 학교보다 학교숲 조성을 반겼다. 1983년 개교한 면목고에서 분필터는 30년 가까이 방치됐다. 그곳을 볼 때면 누구나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선뜻 나서기는 힘들었다. 학교숲 공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직접 땅을 일구고 나무를 심었다. 임문수 교장은 직접 야생화 품종을 골랐다. 지금도 임 교장은 야생화를 손수 돌본다.
학교숲 가운데에는 작은 분수가 설치됐다. 분수 주변에는 잔디와 함께 맥문동과 원추리 등 키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또한 1년 뒤면 장미넝쿨로 뒤덮일 원형 터널도 만들었다. 냄새를 풍기던 하수구 위로는 습지에서 잘 자라는 꽃창포가 심어졌다. 악취를 대신해 소박한 풀냄새가 날린다. 정화조가 있던 자리는 나무 판으로 덮었다. 이날 특강이 열린 이곳에선 평소에도 종종 야외 수업이 이뤄지곤 한다. 3학년 고영도 군은 “예전에는 어둡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이 작은 숲으로 바뀌고 나니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다.
학교숲이 만들어지자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쏟아지고 있다. 정화조를 덮은 공간을 작은 공연 무대로 쓰자는 생각은 8월 축제 때부터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사방을 둘러싼 건물의 창문에서 이 공연장을 내려다보는 구조라 흡사 오페라극장을 연상시킨다. 1987년 면목고를 졸업하고 2008년 물리 교사로 부임한 김영춘 교사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힐링의 공간이 됐어요.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고 미적 감각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더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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